‘외인 타자 멸종’을 보는 호세의 시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26 10: 36

1999년 KIA의 전신인 해태는 외국인 타자 두 명으로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각 팀들도 한 방 혹은 빠른 발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를 구비했으나 2011시즌 넥센 코리 알드리지, 한화 카림 가르시아를 끝으로 멸종되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펠릭스 호세(48)는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1일 한국에 입국한 호세는 세인트루이스 시절이던 199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하다 1999년 한국 무대를 노크했다. 첫 해 호세는 132경기 3할2푼7리 36홈런 122타점을 올리며 롯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했다.
한 해 건너 2001시즌 다시 한국 무대를 밟은 호세는 그 해 117경기 3할3푼5리 36홈런 102타점 출루율 5할3리로 대단한 위력을 비췄고 2006시즌에도 122경기 2할7푼7리 22홈런 78타점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2007시즌 도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중도 퇴단한 호세는 오는 26일 롯데의 ‘응답하라 1999’ 챔피언스데이 이벤트를 위해 한국에 왔다.

롯데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검은 갈매기’, ‘초량의 별’ 등의 별명을 얻었던 호세는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초기부터 타이론 우즈(전 두산-주니치),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등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외국인 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호세는 우즈와 함께 거포형 타자로 이름을 떨쳤으며 데이비스는 호타준족의 면모를 과시하며 한화 타선의 심장 노릇을 했다.
한때 외국인 타자는 투수 못지 않게 자주 선택되며 팬들 앞에 모습을 비췄다. 1999시즌 해태는 투수 없이 트래비스 샌더스-윌리엄 브릭스 두 명의 외국인 타자로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샌더스는 그 해 40홈런을 때려내며 양준혁, 홍현우 등과 함께 해태 중심타선을 구축했고 브릭스도 23홈런 74타점으로 공헌했다. 그 외에도 많은 타자들이 한국을 거쳤으나 지금은 9개 구단 19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투수다. 호세에게 외국인 타자 멸종 현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전체적인 투수들의 실력이 좋아져 외국인 타자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 투수의 구위와 구속이 확실히 강해졌고 그만큼 박빙승부도 많아졌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초창기 호세의 경우 기량 저하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의 명성이 퇴색되던 시기에 한국을 선택했던 반면 주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일천한, 트리플A-더블A 수준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 왔다.
그러나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던 선수들이 한국에 온다. NC 좌완 아담 윌크는 디트로이트 팜이 주목하던 유망주였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를 수혈하기 위한 지불 비용도 높아졌는데 외국인 타자로서 성공하려면 1~2가지 무기 만으로는 어려워졌다. 데이비스나 덕 클락(한화-넥센)처럼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주는 타자가 메이저리그 대신 한국을 선택할 리가 만무하다.
투고 현상으로 인해 외국인 타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음을 지적한 호세는 “만약 외국인 타자가 지금 시점에서 온다면 20홈런-20도루, 80~90타점 정도를 올린다면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일단 방망이 만으로는 어렵고 빠른 발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 호세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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