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판타지'를 입어야 한다? 상반기, 판타지를 입은 드라마들이 정통 멜로를 제치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뻔하고 무거운 소재를 버리고 무협과 로맨스, 스릴러에 판타지를 더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데 성공한 것.
판타지 멜로 사극인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는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종영했다. 26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5일 방송된 '구가의 서' 마지막 회는 19.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 1위로 퇴장했다.
'구가의 서'는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 분)가 인간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동안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김은숙 작가와 호흡을 맞추며 흥행작 제조기로 등극한 신우철 PD와 '제빵왕 김탁구'로 각종 상을 휩쓴 강은경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신우철 PD의 섬세한 연출과 강은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은 반인반수와 인간의 사랑을 톡톡 튀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그동안 판타지 드라마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어설픈 CG문제를 극복하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 선을 유지했다.

'구가의 서'는 첫 방송이 11.2%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후 2회부터 월화극 1위 자리를 유지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상승세로 위태롭긴 했지만 꾸준히 10% 중후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인 이승기와 수지를 비롯해 최진혁, 윤세아, 이성재, 그리고 특별출연한 이연희까지 모든 배우들이 인기를 얻었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최근 지상파 3사 드라마 중 가장 빠르게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속물이지만 사랑스러운 국선 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이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 이상만 높은 허당 국선 변호사 차관우(윤상현 분)와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릴 법정스릴러 판타지 로맨스. 방송 전, 법정스릴러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로맨스와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전작인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줄곧 한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4.0%로 종영한 것과 수목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10%를 밑돌고 있던 상황이라 성공을 예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첫 방송에서 7.7%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2회의 시청률이 12.7%로 수직 상승,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6회가 17.8%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목극 3개의 시청률을 합쳐도 20%를 넘지 못했는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방송 후 판도가 바뀌었다.
앞서 '구가의 서'와 접전을 펼쳤던 '직장의 신' 역시 주인공 캐릭터에 판타지를 더해 재미를 줬다. '직장의 신'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직장인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주인공 미스김(김혜수 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현실적인 충고를 하면서도, 못하는 것이 없는 미스김 캐릭터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 화제와 재미를 동시에 잡은 바 있다.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역시 지상파 드라마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관심을 받았다. '나인'은 남자 주인공이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공을 초월하는 판타지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기도 한다.
이렇듯 상반기에 방송된 판타지 드라마들이 모두 성공한 가운데, 오는 8월 방송될 예정인 SBS 새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신작인 '주군의 태양'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 듣고자 하는 것만 취하고 살아오던 오만방자하고 자기중심적이던 한 남자의 성장 스토리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듣지 못하는 것들에 휘둘려 살아오면서 세상을 외면하고 자신을 포기했던 한 여자의 현실 적응기를 그릴 작품.
지난해 KBS 2TV 드라마 '빅'으로 판타지에 도전했던 홍자매가 이번에는 귀신을 보는 여자를 내세운 판타지 멜로물로 돌아온다. 과연 '주군의 태양' 역시 판타지 드라마의 흥행공식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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