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공습과 대통령 납치라는 설정은 이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빈번히 만날 수 있는 소재다. 규모와 파워를 자랑하는 데 있어 백악관 공습만큼 상징적인 상황이 없기에 ‘에어포스 원’(볼프강 패터슨 감독, 1997)부터 최근작 ‘백악관 최후의 날’(안톤 후쿠아, 2013)까지 영화 속 세계의 패권을 쥔 미국 정치 1번가 백악관은 수차례 화염과 폭발에 휩싸인다.
영화 ‘화이트하우스다운’(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역시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하는 영화다. 그리고 영화는 ‘2012’, ‘인디펜던스데이’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답게 대대적인 물량 투입과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블록버스터의 쾌감을 안긴다.
아내와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는 투박한 경찰 존 케일(채닝 테이텀)은 대통령 경호원 면접을 보기 위해 백악관에 입성한다. 10대 청소년답지 않게 정치와 대통령에 관심이 많은 딸의 마음을 사기 위한 결정이지만 낮은 학력과 그로 인한 편견은 존에게 불합격 통고를 내리고, 실망하려던 찰라 백악관은 테러리스트들의 습격으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공식적으론 대통령 경호에 불합격했지만, 이때부터 사적인 존 케일의 대통령 구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영화는 이 같은 과정을 그리며 미국 국회의사당을 시작으로 백악관, 펜타곤 등 미국 핵심 권력기관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러한 가운데 대통령 전용 차량인 비스트가 백악관 앞마당을 도는 장면에선 빗발치는 총탄에 맞선 방탄 리무진의 어마어마한 성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백악관 건물을 가루로 만드는 존 케일과 테러리스트들의 맨손 액션 역시 호쾌하다.

액션 외에도 존 케일과 그가 보호하는 대통령 제임스 소이어(제이미 폭스) 사이의 만담도 어색한 사족에 그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군수업체의 위협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평화를 외치는 배포 가득한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얻어터지다 조던 농구화를 신고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장면에선 제이미 폭스의 유쾌함이 돋보인다.
앞서 내한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화이트하우스다운’에 대해 “현재 미국이 얼마만큼 분열돼 있는지를 다뤘다”고 밝힌 가운데, 영화에는 그의 말대로 9.11 테러 이후 국방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을 지닌 이들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방식을 다뤘다. 영화 말미 감독은 화염 한가운데 깃발을 흔드는 존 케일의 딸의 모습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다소 낯간지러운 듯 하지만 한 소녀의 용기이 있는 행동에 찡한 감정이 올라온다.
6월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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