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인천, 성남에 완패한 4가지 원인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6.27 06: 59

돌풍을 넘어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후반기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하며 고비를 맞았다. 4가지 원인이 있었다.
인천은 지난 26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홈경기서 1-4 완패를 당했다. 김동섭에게 2골을 내주는 등 무려 4골을 허용했다.
후반기 첫 경기, 실로 중대한 일전이었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경기에 앞서 "후반기 시작이다. 오늘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승점 3점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지 못했다.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완패를 당했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인천은 골득실에서 제주에 밀려 4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 사라진 팀워크
김 감독은 경기 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게 팀워크다. 계속 좋을 수는 없다. 고비가 오기 마련인데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려했던 것이 결국 현실이 됐다.
바위처럼 단단했던 팀워크가 산산조각이 났다. 전반기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면 이날은 경기 내내 삐걱거렸다. 최전방 공격수 디오고, 우측 날개 한교원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기둥' 김남일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날선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인천의 최대 장점인 끈끈한 팀워크는 온데간데 없었다. 공수 간격이 심히 벌어지면서 자멸했다. 전반기와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었다. 
▲ 김남일의 부진
허리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 김남일의 컨디션도 최악이었다. 김남일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연전서 A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레바논전을 치른 뒤 부상 암초를 만나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전서 연달아 결장했다. 성남전은 지난 4일 레바논전 이후 22일 만의 실전 경기.
김 감독은 경기 전 "김남일의 몸상태가 완전치는 않다. 하지만 훈련을 모두 소화했고, 주장으로서 뛰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국 수장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김남일은 중원에서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캡틴' 김남일이 삐걱거리자 인천의 공수 밸런스는 심히 흔들렸다.
▲ 짠물 수비는 어디로
인천은 전반기 최소실점을 자랑했다. 13경기를 1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왼쪽 측면부터 김창훈 이윤표 안재준 박태민이 짠물 수비를 펼쳤다. 철옹성 같은 수비력은 돌풍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성남전서 180도 달라졌다. 수차례 문제점을 노출했다. 우측 풀백 박태민을 제외하곤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좌측 풀백 김창훈은 성남의 우측 날개 김태환의 스피드를 제어하지 못한 채 2도움을 헌납했다. 특유의 자로 잰 듯한 왼발 크로스도 자랑할 여유가 없었다.
찰떡 호흡을 선보이던 중앙 수비진도 무너졌다. 이윤표와 안재준은 전반과 후반 초반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김동섭을 제대로 마크하지 못해 2골을 허용했다. 3, 4번째 골도 아쉬움이 남는 수비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 성남의 맞춤형 전술
킥오프 전 김 감독은 "성남은 수비가 탄탄하고, 공격 전환 속도가 빨라 껄끄러운 팀이다"라고 우려했다. 알고도 막지 못했다. 성남은 이날 전체적으로 수비에 안정을 둔 채 공격 시 빠른 역습을 시도하는 효율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12개의 슈팅 중 8개를 골문 안으로 보냈다.
성남은 적진에서 의미 없는 체력을 소진하기보다는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 아군 진영으로 공이 넘어왔을 때 강력한 압박을 펼쳤다. 공격 시에는 인천의 좌측면을 철저히 공략했다. 김태환의 빠른 발을 이용해 수비력이 약한 김창훈을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결과는 대성공. 김태환은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2개의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후반기 첫 경기서 인천이 가장 우려했던 결과가 나왔다. 김 감독은 대패 직후 "후반기 첫 경기인데 팬들에게 죄송스럽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인천은 오는 29일 선두 포항 스틸러스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잘 나가던 인천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들이킨 쓴 약이 부디 보약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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