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대호, "50살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3.06.27 06: 00

'빅보이' 이대호(31, 오릭스)의 방망이가 뜨겁다. 지난해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대호는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6리(525타수 150안타) 24홈런 91타점 54득점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올해 들어 더욱 강력해진 느낌이다. 이대호는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야구의 힘을 과시 중이다. 26일 오전 일본 효고현 고베시 로코 아일랜드의 한 커피숍에서 이대호와 만났다. 
-작년보다 더욱 좋아진 것 같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작년에는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올해 들어 '이제 나의 팀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동료들과 많이 친해졌고 이제 내가 해야 할 부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편안하게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지난해 첫달과 마지막 한 달이 힘들었다고 했었는데.
▲돌이켜 보면 너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하지 못했다. 일종의 적응 기간이라고 해야 할까. 첫달은 너무 형편없이 지나갔고 마지막 한 달도 그랬다. 체력적인 부분보다 팀 성적이 리그 최하위였고 오카다 감독님께서 그만 두셔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 두 달만 잘 했다면 더 나은 성적을 거뒀을텐데 아쉽다.
-2년째를 맞아 상대 투수들의 견제가 더욱 심해졌을텐데 더 나은 활약을 펼치는 비결은 무엇인가.
▲상대 투수들이 나에 대해 견제를 하고 들어오겠지만 투수는 1년에 구종 하나씩 증가하는 게 아니다. 나는 1년간 뛰면서 어떤 구종을 많이 던지는지 익혔기 때문에 내가 느낀 게 더 좋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타점 1위에 등극했다. 올 시즌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늘 하는 말이지만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 하지만 받고는 싶다. 받으면 좋은 것 아닌가. 시즌이 끝날 무렵 타이틀 등극 가능성이 있으면 노력하겠다. 상이라는 건 받으면 좋은 좋으니까. 기회가 된되면 받고 싶다.
-홈런보다 타점에 애착을 가지는 건 변함없나.
▲그렇다. 내가 매일 홈런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타점은 한 경기에 한 번씩은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잘 살려 타점 1개라도 더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타점 타이틀을 신경쓸 시점이 아니다. 아직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았다. 또 팀이 3위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팀 성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기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야구를 잘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일단 한 번도 낙오되지 않고 계속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00점 만점에 80점은 줄 수 있다. 야구라는 게 분명히 잘할때도 못할때도 있다. 아파서 2군에 내려가는 등 전력에서 단 한 번도 이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 이대호는 꾸준한 게 강점이라고 평가한다.
▲지난달 초순에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3연전을 치르면서 10타수 1안타, 11타수 1안타에 머무른다면 그건 슬럼프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럴때 잘 넘겨야 한다. 사람들은 내가 꾸준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0타수 1안타, 11타수 1안타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3~4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는 경우가 드물어 꾸준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10타수 1안타, 11타수 1안타를 기록할때면) 화가 난다. 나 스스로 부끄럽다.
-지난해 인터리그 성적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조금 주춤한 느낌이다.
▲인터리그는 시즌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타격이라는 게 좋을때도 나쁠때도 있다. 지난해 5,6월에는 감이 좋았고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일 투수의 수준 차이를 평가하자면.
▲1,2선발만 놓고 보면 비슷하다. 그렇지만 3,4,5선발은 일본이 조금 앞선다. 그리고 한국은 계투진이 필승조와 추격조로 구분돼 있지만 일본은 전체적으로 기량이 비슷하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상대 투수들이 어떤 공을 많이 던지는지 다 안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올해 들어 지난해 봤던 투수들이 몇 명 나왔다는 건 고무적이다.
-딸바보 대열에 합류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더욱 커졌을 것 같다.
▲책임감이 강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좀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작년에는 한 번씩 힘들때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젠 아이를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한다. 그렇게 하게 된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오릭스와 2년 계약이 만료된다. 본인과 아내의 생각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럴 일은 없다. 아내는 나를 믿고 따르기로 했다. 아내 때문에 진로를 바꾸는 일은 없다. 내가 야구하는데 아내가 선택하지 않는다. 내 선택에 무조건 따르기로 했다.
-지난해 4번 타자로서 전 경기에 출장한 게 가장 의미있을 것 같다.
▲4번 타자로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원한다면 3번 또는 5번 타자로 나설 수도 있다. 그리고 타격감이 좋지 않을때면 6번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전 경기에 출장한다는 게 중요하다. 선수가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니까. 뛸 수 있을때 뛰어야 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뛰고 싶어도 못뛴다. 언젠가는 그런 시기가 온다. 지금은 다 나가고 싶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는가.
▲당연히 있다. 힘들때도 있지만 이겨내야 한다. 체력 때문에 못한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그런 시시콜콜한 핑계를 늘어 놓고 싶지 않다.
-교세라돔에서 이대호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이 늘었다.
▲한국팬들께서 많이 찾아주신다. 나보러 야구장까지 오시는데 인사도 많이 하고 그런다. 경기 중에 사인을 해드릴 수 없지만 많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는 일본팬들도 많이 늘었다. 조금은 서툴지만 잘 하라고 격려해줄때면 고마울 뿐이다.
-한국 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을 것 같다.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친구들과 후배들이 한국에 있으니까. 원정 경기를 가도 거의 숙소에만 머무른다. 한국에 있을땐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는데 말이다.
-언제까지 선수로 뛰고 싶은지 궁금하다.
▲50살까지 뛰고 싶다. 현실적으로는 40대 초반까지 뛰지 않을까. 왜냐하면 나는 홈런을 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전성기는 5~6년 정도 되겠지만 대타 요원으로 뛰거나 지명타자로 뛸 수도 있다. 오랫동안 야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때 최대한 오래 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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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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