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오릭스)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강타자. 두 차례(2006년, 2010년)나 타자 트리플 크라운에 오를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2010년엔 비공인 세계신기록인 9경기 연속홈런을 포함해 무려 7관왕(타율, 타점, 홈런, 득점,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6일 오전 일본 효고현 고베시 로코 아일랜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대호에게 '지금껏 가장 애착이 가는 타이틀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잠시 망설인 뒤 "2006년 트리플 크라운 달성했을때 내겐 의미가 있었지만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때부터 상에 대한 애착이 사라졌다. 3관왕 달성하고도 저평가를 받았으니 '상 받으면 뭐하나' 싶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그는 "2010년 타격 7관왕에 등극했을때도 그렇게 기쁜 건 아니었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던 결과를 얻었다는 부분에 만족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대호의 7관왕 등극은 전무후무한 대기록. "7관왕은 평생 나올 수 없는 기록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꿈이었던 것 같다"는 게 그의 말.

이대호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4번 타자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경기 후반에 점수차가 크면 선수를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로이스터 감독님은 그렇지 않았다. 안타 1개라도 더 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이대호가 4번 타자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커진 계기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오릭스의 지휘봉을 잡은 모리와키 히로시 감독 또한 마찬가지. 이대호는 "모리와키 감독님 또한 그렇다. 감독님께서 '나는 네가 수비를 잘 하는 걸 알기에 교체할 생각이 없다'고 하신다. 나를 위한 또다른 배려이기도 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대호는 "홈런보다 타점 생산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팀 승리에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이대호는 "내가 매일 홈런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타점은 한 경기에 한 번씩은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잘 살려 타점 1개라도 더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은 타점 타이틀을 신경쓸 시점이 아니다. 아직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았다. 또 팀이 3위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팀 성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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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