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교실'이 학급내 왕따 사건으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혈압을 한껏 끌어올렸다. 문제는 짜증을 유발하면서도, 빠져들어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끔 만드는 마력이 있다는 것. 동화의 환상을 깨부수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처럼 말이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 5회에서는 지난회에 이어 학급내 지갑 분실사건이 다뤄졌다. 지갑을 훔친 범인인 고나리(이영유 분)를 위해 절친인 심하나(김향기 분)가 지갑을 원래 자리에 놓으려다 발각돼 누명을 쓰게된 것.
문제는 이후부터다. 담임 선생님인 마여진(고현정 분)을 필두로 학급 친구들이 모두 심하나를 범인으로 단정짓고, 믿었던 고나리마저 결국 배신하고 절교를 선언한다.

심하나를 향한 집단 괴롭힘도 시작됐다.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을 통해 시작된 불특정 다수의 욕설과 괴롭힘은 곧장 현실 세상으로도 이어졌다. 하나의 결백 주장에 잠시나마 관계 회복의 기미가 보였지만,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나리는 결국 의도적으로 하나를 곤경에 빠뜨려 왕따를 주도한다.
친구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교과서 페이지는 누군가에 의해 몰래 찢겨 나갔고 낙서 투성이다. 심지어 탈의실 철제 캐비넷에 감금 당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진다. 가까스로 탈출한 뒤 다친 발목을 이끌고, 수영장 곳곳에 버려진 자신의 옷을 수거하던 중 물에 빠지며 위기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하나가 "난 훔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범인이 고나리다"라고 당당하게 밝히지 않는 건, 친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 믿음은 고나리의 배신으로 철저하게 짓밟힌다.
이를 두고 마여진 선생은 하나를 향해 "사람들이 몰라주는 진실 따위 아무 소용없다. 친구니 우정이니 그럴듯하긴 하지만, 결국 니 선택은 틀렸다. 진짜 진실은 다른 애들 눈에 보이는 니 모습"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하나는 "난 내가 믿는걸 믿는다. 우정은 소중한 거고 언젠가는 진실이 꼭 이길거다. 선생님이 틀렸다"고 시원하게 응수했다.
하나의 말은 무엇하나 틀린게 없는 정답이지만, 실제 우리네 현실은 마선생의 말에 더 가깝다는 게 함정이다. 결국 이날의 왕따 장면과 고작 초등학교 6학년생의 배신을 보면서 열을 올리는 건 결국 이 모습이 사회의 축소판을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는 '여왕의 교실'이 시청자의 짜증을 유발하면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왠만한 성인 연기자보다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아역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여왕의 교실'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꼬집고, 도대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향후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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