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선발로서 자기 몫을 확실히 해냈다. 3경기 째 무승. 5년 전 LG 시절도 그러했다. 그러나 당시에 비해 떨어지지 않은 구위와 새로운 무기로 더 안정감을 주고 있다. ‘호주형 옥춘이’ 크리스 옥스프링(36, 롯데 자이언츠)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롯데의 에이스가 되었다.
옥스프링은 지난 26일 사직 NC전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110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3개) 2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2-2 동점 상황에서 8회초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팀은 8회말 강민호의 우월 결승 솔로포 덕택에 3-2 승리를 거뒀고 승리 요건은 정대현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옥스프링의 호투는 팀이 도약할 수 있던 토대였다. 옥스프링의 시즌 성적은 15경기 7승(1완봉승)3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준수하다.
이날 총 110개의 공을 던진 옥스프링의 포심 최고 구속은 147km에 평균 143km. 2007시즌 중반 LG에 합류해 2009시즌 중 팔꿈치 부상으로 퇴출되었던 옥스프링의 실제 활동 기간은 1년 반 가량. 그 당시에도 옥스프링은 140km대 후반의 직구와 중반대 평균 구속을 보여줬다. 2007시즌에는 이따금씩 151km의 직구를 던지기도 했으나 빈도가 많지는 않았다. 30대 초반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직구다.

가장 큰 변화는 컷패스트볼 장착. 타 구단 전력분석원은 LG의 옥스프링과 롯데 옥스프링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못 보는 사이에 컷패스트볼을 던지며 보다 편하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장착했다”라고 밝혔다. LG 시절 옥스프링은 포심 혹은 120km대 낙차 큰 파워커브를 주 패턴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금은 컷패스트볼을 커브와 비슷한 비율로 구사한다. 반대로 말하면 포심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범타 유도가 좀 더 유리한 컷패스트볼 구사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투수가 새로운 무기를 갖추고 떨어지지 않은 직구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회춘’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게 한다.
사실 2009시즌 전 옥스프링은 호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했던 바 있다. 옥스프링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본을 격침하며 은메달 주역이 되었던 호주 야구 영웅 중 한 명. 그러나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최종 승선에 실패했고 롭 디블 대표팀 감독은 “옥스프링이 지금 부상을 재활로 치료한다면 2년 가량 밖에 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술을 받는다면 5년 정도는 더 뛸 수 있을 것”이라며 옥스프링의 경우 수술이 낫다고 평했다.
당시 옥스프링은 팔꿈치 충돌 증후군 뿐만 아니라 팔꿈치 인대에도 문제가 있어 수술이 시급했던 상황. 한국을 떠난 후 옥스프링은 수술대에 올랐고 시일이 지나 다시 자기 공을 던지고 있다. 호주 세미프로 리그에서 뛰기도 했고 2011시즌 친정 LG 선수단에 잠시 합류해 연습경기에 뛰기도 했으나 무리하지 않은 것이 옥스프링의 재기 및 회춘 이유다. 시즌 초반에는 투구 버릇 노출로 퇴출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버릇을 고치고 나온 옥스프링은 에이스로 환골탈태했다.
김시진 감독도 경기 후 “옥스프링의 호투가 이길 수 있던 비결”이라며 경기를 만들어 간 선발 옥스프링을 칭찬했다. 완벽한 재활 성공과 신무기 장착. 그리고 버릇 노출 가능성까지 없앤 옥춘이는 분명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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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