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자, 그러나 기대 이하의 성적. LA 다저스의 현재까지 시즌을 총평하면 그렇다.
다저스는 올 시즌에 앞서 대대적인 선수 쇼핑에 나섰다. 클레이튼 커쇼를 받쳐 줄 2선발을 찾다가 잭 그레인키를 6년 1억4700만달러에 영입하더니 류현진을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 6년 6170만달러를 투자, 데려온다. 연 평균 2000만달러를 넘긴 맷 켐프, 아드리안 곤살레스, 잭 그레인키, 칼 크로포드에 1000만달러를 넘긴 6명까지 엄청난 거액을 지불하게 된다. 물론 올해 초 타임워너 케이블과 25년 80억달러라는 초대형 중계권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지만 다저스의 투자는 심상치 않았다. 결국 다저스의 올해 페이롤은 2억 달러를 돌파, 뉴욕 양키스를 앞서게 된다.
하지만 투자한 돈과 성적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고 했나, 다저스는 추락한다. 4월을 5할 승률로 겨우 마쳤지만 5월에는 8연패에 빠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한다. 결국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한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과 불펜의 동반 난조, 타격 침체 등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다저스의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선발진도 문제였다. 시즌 돌입 전까지는 선발투수가 너무 많아 누구를 써야 할지 고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채드 빌링슬리가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시즌아웃 됐고, 애런 하랑은 방출됐다. 조시 베켓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사타구니와 손가락 저림 증상까지 겹쳐 당분간 등판이 힘든 상황. 여기에 2선발로 영입한 잭 그레인키까지 4월 초 벤치 클리어링 도중 쇄골 골절상을 입어 한동안 로테이션을 비웠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선발진이 버텨주고 있다는 점이다. 다저스는 올 시즌 30개 구단 가운데 선발 평균자책점 5위(3.52)를 기록하고 있다. 커쇼와 류현진이 활약을 펼치고 있고, 돌아온 그레인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노장 크리스 카푸아노의 투혼, 5선발 스테판 파이프의 기대 밖 활약이 이어지면서 최소한 선발진은 안정을 찾았다.
특히 기간을 좁히면 다저스 선발진의 안정세가 두드러진다. 6월 20경기에서 다저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2.6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4연승을 거둔 최근 4경기에서도 선발투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23일 샌디에이고전에서 그레인키가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24일에는 3일을 쉬고 나온 카푸아노가 5이닝 무실점 투혼을 보여줬다. 25일은 류현진이 6⅔이닝 1실점을, 26일은 파이프가 6⅔이닝 3실점으로 버텼다.
선발투수의 호투가 이어지며 다저스 전력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다. 최근 10경기 다저스의 성적은 6승 4패, 특히 올 시즌 첫 4연승을 달렸다. 여전히 지구 1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는 7경기 차이지만 한때 10경기 이상 벌어졌던 걸 감안하면 많이 따라왔다. 줄곧 지구 2위를 유지하던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에게 연달아 패하며 4위로 추락했고 이제 두 팀의 게임차는 3.5경기다.
게다가 야수진도 속속 부상자가 복귀하면서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다. 26일 경기에 복귀한 맷 켐프는 안타를 기록한데 이어 그날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호수비로 잡아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제 칼 크로포드만 복귀하면 다저스 야수진도 최상의 전력을 갖추게 된다.
모처럼만에 찾아 온 상승세, 게다가 다저스는 27일 경기 선발로 에이스 커쇼가 나선다. 5월 초 샌프란시스코에 당했던 스윕을 그대로 설욕할 기회다. 쉽게 찾아오지 않던 상승세, 다저스가 이번에는 하늘로 제대로 올라가는 동아줄을 잡았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