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희가 데뷔 11년 만의 사극 도전을 마쳤다. 지난 25일 종영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를 통해 사극에 처음 발을 담근 김태희는 연기력 논란과 저조한 시청률로 방송 내내 속앓이를 했지만 연기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옥정’(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은 침방나인 출신 조선 최고의 패션디자이너였다는 새로운 설정을 두고 정치적 인물이 아닌 여인 장옥정의 삶과 사랑을 그린 멜로 사극.
김태희는 극 중 역관과 천민 사이에 태어났고, 세 남자에 의해 죽게 되는 운명을 지닌 여인인 장희빈 역을 맡아 열연, 9대 장옥정으로서 새롭게 재해석된 장희빈을 연기하며 신선함을 선사했다.

◆ 다음은 김태희와의 일문일답.
- 그간의 작품과는 달리 많은 선배 연기자들과 연기했는데?
▲ 선생님들이 많아서 어려울 것 같았다. 신인 때는 정말 선생님들이 어렵고 시험 보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든든했다. 서로 대사도 맞춰보고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좋더라. 그리고 정말 나한테 힘이 되는 말들을 해줬다.
특히 이효춘 선생님의 칭찬이 큰 힘이 됐다. 남들이 들으면 쑥스러운 칭찬인데 이효춘 선생님이 ‘연기를 잘해서 예뻐 보인다’고 했다. 그때 정말 감동받았다. 그리고 내 캐릭터를 사랑스러워해줬다. 시청자들이 악녀 장희빈을 기대했는데 초반에는 그렇지 않아 비판도 있었지만 장희빈의 기품과 순수한 모습을 잘 표현해줘서 기뻤다고 해줬다. 그리고 악녀의 모습을 어정쩡하게 보여주기보다는 과감하게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도 해줬다.
진짜 좋은 말씀을 해줬고 나의 멘토였다. 립스틱 색깔부터 아이라인, 촬영하다 비녀가 비뚤어져 있거나 고름이 잘못돼 있으면 다 고쳐줬다.

- 장옥정을 연기하며 연기력 논란이 있었는데?
▲ 나는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잘 참는 편이다. 남들이 봤을 때 독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나는 연기를 하면서 덜 세속적이었으면 좋겠고 최대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순수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독기가 생기더라. 시청률이나 사람들의 평가 때문에 나도 많이 좌절하고 힘들었고 그러면서 그런 독기가 생겼다. 그래서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했고 몰입해서 진심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 장희빈이 설득력 있게 재해석된 것 같은지?
▲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 최고의 수확은 장희빈을 잘 해석한 거다. 장희빈이 희대의 악녀, 요부로 아이콘화 됐는데 순수했던 여자가 남자와 깊은 사랑을 하게 되고 주변에서 핍박을 받아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모습들을 설득력 있게 잘 그려진 것 같다.
- 함께 한 배우들과 어땠는지?
▲ 배우들과 오래 알고 지냈던 사이가 아니더라도 같이 고생해서 그런지 끈끈한 동지애가 쌓인 것 같다. 사실 힘들고 지친 상황이었고 촬영도 빠듯해 유아인과 대사 맞춰보고 찍기 바빠서 사담을 나눌 기력도 없었다. 그런데 서로 많이 교감하면서 잘 찍을 수 있었던 거는 유아인이 훌륭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아인 뿐만 아니라 이상엽, 홍수현, 이효춘, 성동일, 이효정, 김서라 등 선배님들이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사람을 얻어서 기쁘다. 보통 드라마 끝나고 서로 연락하기 쑥스럽고 그런데 이번 작품은 편하게 연락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 첫 사극 데뷔작인 ‘장옥정’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인지?
▲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사극 전문배우가 되고 싶다. 사극의 묘미를 느꼈다. 영화에서도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다. 작품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인간으로서도 많은 걸 배웠다. 내가 좀 더 성숙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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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