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다음 시즌도 건강하게 뛸 수 있어야 한다”.
병의 경중에 따라, 또 개인차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어깨 부상 후 사실상 3년을 쉬고 재기를 노리는 베테랑 투수에게 감독은 핫이슈로 굳이 많은 부담을 지게 하지 않고자 했다. 당장의 신생팀 팬 몰이와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그의 남은 선수 생활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베테랑 손민한(38)을 27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시키지 않은 이유다.
김 감독은 26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27일 선발로는 이재학이 나설 예정이다. 손민한은 다음 기회에 우리 안방 마산에서 나서게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25~27일 예정되었던 사직 롯데-NC 3연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롯데 최고 타자로 활약했던 펠릭스 호세의 사직 귀환 뿐만 아니라 손민한이 롯데전에 등판하는 지 여부였다.

1997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손민한은 2000년부터 팀의 주력 에이스로 자리를 굳히며 2001년 15승 공동 다승왕, 2005년 18승(1위) 평균자책점 2.46(1위)으로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도 불구,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바 있다. 그러나 2008시즌 12승 후 어깨 부상과 수술로 인해 내리막을 탔고 결국 2011시즌 후 자유계약 방출되고 말았다. 선수협 회장 시절 불미스러운 일까지 얽혀 선수 복귀마저 요원해보였던 손민한이다.
우여곡절 끝에 NC의 신고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손민한은 3경기 3승무패 평균자책점 1.04로 클래스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얼마나 투수에게 중요한 덕목인지 알려주는 손민한이다. 특히 손민한은 암흑기 시절 롯데를 지켰던 에이스였으며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2008시즌에도 12승을 올리며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FA 계약 후 어깨 부상으로 인해 2009시즌 6승을 올리고 자취를 감췄다. 2011년 시범경기에서도 나섰으나 부상 재발로 결국 롯데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어깨 수술 전력이 있는 베테랑인 만큼 김 감독은 손민한을 빅카드로 쓰기보다 보다 좋은 몸 상태로 출격시킬 수 있길 바랐다. 선발 로테이션에 넣을 때도 “부상 전력 때문에 연투 부담이 크고 로테이션 간격도 좀 넓게 투입될 것이다”라고 공언했던 바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제는 원정지가 된 사직구장에서 손민한에 대해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그에 따른 투수 본인의 부담도 고려해야 했다.
손민한은 롯데의 암흑기 시절 에이스였다. 어려운 팀을 지탱했던 투수인 만큼 손민한의 복귀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있으나 부정적 견해를 보여주는 시각도 많은 것이 사실. FA 계약 이후 확실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으나 무엇보다 선수협 회장 시절 일어난 불상사의 낙인도 민감한 사안이다. 손민한의 복귀를 고려하면서도 이 부분을 우려했던 NC와 김 감독이다.
“손민한이 롯데전에 나선다면 정말 빅카드 경기일 것이다. 그러나 손민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올 시즌 아프지 않고 내년에 더욱 꾸준하게 뛸 수 있도록 팀에서도 도와주는 것이다. 이번 사직 경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안방에서 기회가 올 것이다”. 안정된 심신으로 올 시즌을 치르고 다음 시즌을 위해 일단 부담없이 뛰라는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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