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그간 통통 튀는 캐릭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배우 이시영이 이번엔 색다른 공포영화로 팬들을 찾아왔다. 그것도 완벽한 모습으로 말이다.
웹툰작가의 웹툰 내용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독특한 내용을 담은 영화 ‘더 웹툰:예고살인(이하 ’더웹툰‘)’에서 이시영은 웹툰작가 강지윤으로 분해 놀랄 만한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을 감탄시킨다. 공포로 가득한 눈은 ‘호러퀸’의 제1조건인 리액션을 만족시키고 있으며 안정적인 연기력은 극에 완성도를 더한다. 그 자신은 마지막 장면에 아쉬움을 가득 가지고 있는 듯 했지만.
공포영화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사실 로맨틱 코미디 연기보다 훨씬 편했단다. 아니, 지금껏 했던 작품들 중에 제일 편했다고. 그리고 여타의 공포영화들과는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며 ‘더웹툰’만의 차별점을 귀띔해주기도 했다. 이시영이 밝힌 ‘더웹툰’의 차별점은? 바로 비명소리가 거의 없다는 것.

“이번 작품이 제일 편했어요. 사실 로맨틱 코미디는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톤보다 많이 띄워서 했었거든요. 그 조절이 겨우 됐던 게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였어요. 그 전까지는 여러 작품을 하면서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사용설명서’ 때도 톤을 높게 잡긴 했었죠. 그리고 이번 촬영에서는 연기적인 부분들을 뻔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 보시면 비명을 거의 지르지 않아요. 원래 사람이 진짜 놀라면 소리가 잘 안 나잖아요. 그리고 공포영화는 스크린 속 배우보다 관객 분들이 소리를 더 질러주시는 것이 좋은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어요. 마지막 장면이 정말 촌스럽더라고요. 편하게 했으면 세련됐을 텐데. 아마 두고두고 후회할 거예요.”

영화 속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에 남는 장면은 이시영과 엄기준의 격투장면. 특히나 이시영이 도끼를 든 채 엄기준에게 이를 휘두르며 위협하는 장면은 아찔함 마저 자아낸다. 그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대뜸 정말 위험했단다. 사실 그 도끼가 소품이 아닌 진짜였다고. 또 엄청난 무게의 도끼 때문에 어깨를 다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명색이 여자 복싱 국가대표 선수인데 부상을 당했다니. 역시 링 위에선 날아다니지만 천생 여자였다.
“도끼를 두 개 준비했었어요. 하나는 날이 가짜인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짜 도끼를요. 가짜 도끼로 연기를 하니까 무게감이 나지 않아서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도끼로 연기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무거운 거예요. 저도 여자라 도끼를 휘두르다가 어깨 인대를 다치기도 했어요. 도끼를 땅에 찍거나 이러면 어깨로 힘이 가고 충격도 어깨로 가거든요. 그런데 저보다는 엄기준 씨가 정말 위험했어요. 진짜 도끼라서 다칠 위험도 있었고 무엇보다 도끼가 무거워서 제가 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제일 위험했죠.”
‘남자사용설명서’에 이어 이번 ‘더웹툰’까지 이시영은 하나 둘, 타이틀 롤을 맡아가며 배우로서의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점차 주연 스트레스 역시 심해졌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긴장을 많이 하고 촬영에 임했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남자사용설명서’때부터 생긴 느낌인데 그 전까지는 영화 하나 시작하면 재밌게 촬영했어요. 정말 즐겁고 유쾌하게요. 그런데 영화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잖아요.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의 주인공을 맡는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도 따라 오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고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졌어요. 그래서 피곤해도 ‘나 피곤해’ 이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특히나 이번 작품은 저한테는 중요한 작품이어서 긴장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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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