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룡 "'남사' 캐스팅, 감독님 드린 귤 덕분이었죠"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6.27 17: 07

지난 6일 종영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는 끝까지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은 조연 배우 한 명이 등장한다. 그는 극중 태상(송승헌 분)을 배신하려 하고 창희(김성오 분)를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 넣지만 결국 잘못을 깨우치는 변화무쌍한 캐릭터 동구 역의 조재룡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본 조재룡은 드라마 속 비열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15개월 됐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였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감에 찬 프로페셔널 배우였다.
드라마가 끝난 뒤 피로가 밀려 왔겠다는 이야기를 건네니 “그다지”라는 짧고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마지막에 내용은 몰아치기가 된 느낌이지만 오히려 10회~15회 촬영 했을 때가 더 피곤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곤 ‘남자가 사랑할 때’(이하 ‘남사’)를 끝낸 소감을 밝혔다.

“늘 그렇듯이 아쉬운 마음이죠. 정말 즐거웠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현장 분위기도 참 좋았어요. 감독님이 찍으실 때 정리를 잘 해주시고, 인간적인 면이 많으셔서 스태프들도 쭉 같이 일해오던 분들이었거든요. 바쁜 일정이긴 하지만 여유를 갖고 웃으면서 재밌게 찍었어요. 어떤 배우 하나 인상 쓰는 법이 없었고요. 감독님의 힘인 것 같아요.”
조재룡이 맡은 동구는 알게 모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비한 인물이다. 악역이긴 한데 착한 그런 성격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일단 그는 동구 역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마음에 들었죠. 배신을 하면서 웃긴 그런 역할이 많이 주어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역할이었어요. 제가 대놓고 악역을 하진 않았어서 이번에도 동구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나쁜 놈에 속해 있는데 착한 듯한, 배신도 하고요. 하지만 기본은 착한 심성을 가진 그런 인물이에요, 동구는.”
 
조재룡은 1976년생으로 올해 37세다. 그는 연극판을 전전하다 그리 적지 않은 나이에 방송에 뛰어들었다.
“31살 정도에 연기를 시작했죠. 주로 연극을 했어요. 처음부터 연극이나 영화를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학교에서도 연기를 전공했는데, 그 때에도 소소하게 연극만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극단에 안 들어가다보니 갑자기 시간이 붕 뜨면서 뭐라도 해야겠더라고요. 처음엔 정보가 없어서 사이비 오디션을 본 경험도 있어요. 그렇게 몇 번 오디션을 보다가 잘 안 돼서 포기할 때 쯤 영화 ‘7번가의 기적’ 오디션을 보러 갔습니다. 안 될 거라 생각해서 애드리브를 하면서 웃기게 연기했더니 2차 오디션도 없이 한 번에 캐스팅됐어요.”
그렇게 ‘7번가의 기적’의 윤제문 감독과 인연을 맺은 그는 단숨에 김기덕 감독의 작품 ‘풍산개’와 ‘피에타’에도 출연하며 얼굴 도장을 찍었다. 그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윤제문 감독과 김기덕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윤제문 감독님과는 가끔 연락을 하는 사이예요. 결혼식 때는 화환도 보내주시고 축의금도 많이 내 주시고.(웃음) ‘피에타’의 경우 저는 웃긴 역할을 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진지한 효자 역을 주시더라고요. ‘풍산개’ 때 저를 보시고 기용해 주셨어요.”
그랬던 그가 ‘남사’를 통해 안방극장에 들어온 계기는 독특했다. 한 마디로 말해 귤 한박스에 담긴 정성 덕분이었다.
“매니저가 매일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결정을 못 내리시고 계신 상황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매니저가 귤 한 박스를 사갔죠. 그러더니 귤을 드시면서 조연출한테 그러셨대요. 조재룡으로 가자고요. 귤 드시고 달라지신 거죠.”
 
‘남사’가 방송될 당시, 언론에서는 그를 향해 ‘신 스틸러’라는 별칭을 부여하기도 했다. 조재룡은 이러한 칭찬에 수줍어하는 대신 “어떤 역할이든 진정성을 갖고 하면 되는 것 같다”는 자시만의 해답을 내놓았다.
“항상 ‘왜 사람은 질릴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처음엔 재밌었는데 나중에는 재미가 없어지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 평소 생각하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그냥 그때 그때 진짜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주어진 것에 진실 되게 연기를 하면 크게 잘 되진 않더라도 언젠가는 대중이 알아주실 거라 생각해요.”
조재룡은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도 재치있는 농담을 섞어가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그를 보고 있자니 극중에서는 진지하고 예능에선 웃음 폭탄을 터뜨리는 김정태, 조달환 같은 배우들이 떠올랐다. 조재룡에게 예능을 해 볼 생각은 없냐고 물으니 의외로 “보조MC 같은 걸 하면 잘 할 거 같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 친구들하고 노는 것만 TV에서 보여줘도 재밌을 걸요? 만약 한다면 보조MC 스타일 하고 싶어요. 멘트를 물고 들어와서 치고 빠지는 캐릭터로요.”
그리고 조재룡은 드라마 종영 이후 근황을 물어보는 질문에 “집에서 아이를 본다”는 가정적인 답을 내놓으며 웃어 보였다.
“집에서 15개월인 아들이 걸어 다니고 있어요. 저를 안 닮아서 굉장히 예쁘게 태어났죠. 아이를 보는 건 굉장히 피곤하지만 너무 귀여워서 저절로 웃음이 나요. 육아는 할 일이 많아요. 자다가 깨고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그래도 저 참 착한 것 같아요. 나름 열심히 하는 아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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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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