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다들 약속이 있었지".
지난 26일 KIA와 두산은 광주구장에서 연장 혈투를 벌였다. 연장 12회까지 찬스와 위기를 넘나들며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4-4 동점으로 끝났다. 경기시간이 자그만치 5시간 15분. 올들어 최장시간이었다. 선수들은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두산 선수들은 27일 늦게 경기장에 나와 가볍게 몸을 풀었다.
27일 KIA 덕아웃에서 경기시간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예전의 해태 이야기가 나왔다. 전통적으로 해태는 경기시간이 짧았다. 경기시간은 따로 집계하지 않았지만 해태의 경기시간이 짧았다는게 당시 선수들의 기억이었다. 양상문 해설위원도 "(해태와 경기를 하면 시간은) 길어도 2시간 반이면 끝났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양 위원은 "당시 해태선수들을 만나면 투수들은 편했다. 초구 또는 2구에 타자들이 방망이가 빨리 나왔다. 선수들이 대충 대충 타격을 하면서 경기를 끝내는 것 같았다. 투구수도 적어지고 경기시간도 빨리 지나가니 투수들이 좋아했다"고 기억했다.
양 위원의 이야기를 듣던 선동렬 KIA 감독은 웃으면서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3구안에 타격을 안하면 후배들에게 혼났다. 그때는 개인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잘해도 연봉은 25% 밖에 올라가지 않는 시대였다. 그래서 승부가 결정되면 서둘러 끝내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특히 선 감독은 "당시 선수들은 야간경기를 하더라도 밤 10시에 술 약속을 잡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를 빨리 빨리 할 수 밖에 없었다. 얼른 경기를 끝내고 술마시러 가자고 말하기도했다. 지금이라면 상상이 되지 않는 시절이었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나 양 위원은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해태가 우승을 많이 했던 이유를 빼놓치 않았다. "그때 해태선수들이 야구를 슬렁슬렁 하는 것 같아도 반드이 이겨야 하는 경기, 그리고 반드시 점수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눈빛이 달라졌다. 그래서 점수를 뽑고 이겼다"고 말했다. 선동렬 감독도 "그때는 타자 뿐만 아니라 투수들도 워낙 좋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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