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야, ‘방탄수비’로 마운드 돕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28 06: 09

SK의 힘이 살아나고 있다. 수비에서 그 원동력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특히 외야는 뚫어도 뚫리지 않는 예전의 방탄 수비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SK는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6-2로 이겼다. 지난 롯데와의 주말 3연전에 이어 2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최종 점수차는 비교적 넉넉했지만 시종일관 넥센에 쫓겼다. 타선은 1회 6점을 낸 뒤 계속 침묵했고 믿었던 선발 크리스 세든도 불안했다. 기분 좋은 순간은 1회초가 전부였다. 그 후로는 계속 조마조마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SK는 무너지지 않았다. 6회부터 투입된 불펜은 1점도 실점하지 않으며 버텼다. 결정적으로 수비가 마운드를 도왔다. 야수들은 공격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적어도 수비에서는 자신의 몫을 철저하게 해내며 팀 승리의 기틀을 놨다. SK가 한창 잘 나갈 때의 전형적인 공식이 목동구장에서 다시 펼쳐졌다.

촘촘한 그물망 수비를 펼친 내야수들도 돋보였지만 역시 장타를 막아내야 하는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일품이었다. 좌로부터 박재상 김강민 조동화로 이어진 SK 외야 수비는 넥센의 공세를 온몸으로 저지하며 팀 승리의 기틀을 놨다. 상황을 곱씹어보면 더 인상적이었다. 적어도 수비가 2점 이상을 막아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6-1로 앞선 4회가 시작이었다. 1사 1,2루에서 오윤의 우중간 2루타가 터졌다. 우중간을 가르는 듯 했다. 그러나 우익수 조동화가 사전에 끊어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루 주자 서동욱이 3루에서 멈췄다. 팀 전체가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막은 호수비였다. 결국 SK는 이어진 강정호의 병살타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초반의 분수령이었다.
불펜 투수들의 어깨도 가볍게 했다. 6회 1사 후 이택근의 타구가 장타 코스로 날아갔지만 마지막 순간 조동화가 글러브를 뻗어 잡아내며 마운드의 전유수를 도왔다. 이후 서동욱의 중전안타가 이어졌음을 고려하면 또 한 번 실점을 방지하는 수비였다. 9회에는 무사 1루에서 서동욱의 타구를 좌익수 박재상이 펜스와 부딪히며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쳐 역시 윤길현의 부담을 덜어줬다.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니다. 이런 외야의 종횡무진 활약은 최근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초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김강민 박재상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강민이 가운데서 든든하게 무게중심을 잡는 가운데 수비 범위가 비교적 넓은 조동화 박재상이 상대의 뜬공을 걷어내고 있다. 신예 선수들인 이명기 한동민은 공격력은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수비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지적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히 외야 뜬공을 걷어내는 것뿐만이 아니다. 익숙한 멤버들이 다시 호흡을 맞춤에 따라 내야수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좋아졌다. 모 구단 관계자는 시즌 초반 “SK의 연계 플레이가 예전보다 느슨하다. 상대 주자들이 그 찰나의 빈틈을 노려 좀 더 적극적으로 추가 베이스를 노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라고 했었다. 이러한 세밀한 플레이의 향상은 결국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심리적 안정제가 될 수 있다. SK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츰차츰 실마리를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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