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에 가서 정말 잘 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요즘 "왜 저렇게 잘하는 선수를 보냈냐"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바로 NC 1번타자 김종호(29)가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삼성에 몸담았던 김종호는 시즌 후 신생팀 NC 특별지명에서 부름을 받고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의외의 결정'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게 김종호는 삼성에서 1군에서 2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전형적인 2군 선수였다. 삼성의 외야에는 박한이·최형우·배영섭·정형식 등이 있었고, 김종호가 설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팀에서는 김종호의 자리가 없었다. 발 빠르고 가능성이 있었지만 미완성이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김종호는 NC 이적 이후 잠재력을 발현하고 있다. 올해 63경기 모두 출전해 타율 3할9리 73안타 14타점 27도루로 활약하고 있다. 볼넷 35개와 사구 8개를 얻어 출루율도 4할1푼4리에 달한다. 타율 10위, 안타 2위, 도루 1위, 출루율 5위로 펄펄 날고 있다.
그러나 NC 특별지명 때에도 삼성은 20인 보호선수에서 김종호의 순번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왜 저렇게 잘 하는 선수를 보냈냐고 하는데 우리가 고민하는 순번의 선수는 아니었다. 아깝지 않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잘 쓰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NC에 가서 선수 개인에게도 정말 잘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류 감독은 "원래 다른 선수들을 데려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김종호를 데려가서 우리로서는 땡큐였다"며 "신생팀 NC에서 두 눈 감고 계속 기용하니까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선수들마다 스타일이 있는데 김종호는 경기를 치를수록 실력이 점점 느는 것 같다. 김경문 감독님이 선수를 잘 보고 잘 키워낸 것이다. 10억짜리 선수 아닌가"라는 말로 김종호가 김경문 감독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호가 없어도 삼성에는 배영섭이라는 리그 최정상급 1번타자가 있다. 배영섭도 58경기 타율 3할1푼9리 65안타 24타점 13도루로 활약하고 있다. 볼넷 33개와 사구 9개로 출루율은 4할3푼3리로 전체 3위. 타율과 출루율은 1번타자 중에서 최고다.
김종호의 성공은 오랜 기간 2군 육성을 통해 축적된 삼성의 두터운 선수층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다. '삼성의 전력이 두터운 것 아닌가'라는 말에 류 감독은 "글쎄, 난 잘 모르겠다"며 만족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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