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2루에 '일부러' 원바운드로 송구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한화 포수 이준수(25)는 최근 원바운드 2루 송구 훈련에 돌입했다. 포수들은 보통 다이렉트로 2루에 송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준수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2루 원바운드 송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전 포수로 거듭나기 위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포수 문제로 고민을 안고 있는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한승택·정범모·박노민에게 차례로 기회를 줬으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기회는 이준수에게로 넘어왔다. 지난해 신고선수 신분으로 한화에 입단해 백업포수로 활약한 그는 최근 8경기 연속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이준수가 블로킹은 우리팀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타격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다 잘 할줄 안다. 그러나 어깨가 약해 송구할 때 공이 잘 안 날아가는 게 약점"이라며 "하지만 원바운드로 송구하면 스피드가 죽지 않더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성한 수석 말대로 이준수는 체구가 작지만 민첩성이 뛰어나 동작이 빠르다. 블로킹과 미트질이 우수하고, 타격도 타율은 2할1푼9리이지만 타구의 질이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도루저지율이 고작 1할밖에 되지 않는 송구가 아쉬웠다. 이에 조경택 배터리코치가 원바운드 송구란 아이디어를 내 맞춤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조경택 코치는 "준수가 노바운드로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원바운드로는 원하는 곳에 비슷하게 던질 수 있다"며 "포수가 포구해 2루에서 내야수가 공을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초가 일반적이다. 노바운드로는 2초 넘게 걸렸지만 원바운드로는 최고 1초87까지 나온다. 대부분 1초9대가 나오는데 적응이 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아직은 완벽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4회 조동찬의 도루를 잡지 못했다. 이준수의 송구는 원바운드가 아니라 투바운드가 됐고, 베이스커버에 들어온 유격수 송광민도 공을 뒤로 빠뜨렸다. 아직 이준수도, 내야수들도 원바운드 2루 송구와 포구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적응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 바로 원바운드 송구로는 '폼'이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성한 수석은 "창피한 게 어디있나. 프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죽기살기로 하면 안 될게 없다"며 "나도 현역 시절 오리궁둥이 타법으로 웃음 샀지만 잘 치니까 아무 말이 없더라. 프로는 잘하면 그만"이라고 용기를 북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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