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주 만에 자신을 향했던 비난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그리고 팀은 그의 한국프로야구 데뷔전부터 22승 7패를 질주했다. LG 우투수 류제국(31)이 27일 잠실구장서 평생 잊지 못할 지난 5주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류제국의 한국프로야구 무대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지난 5월 19일 고교시절 라이벌이었던 KIA 김진우와 선발투수 대결을 벌였고 데뷔전부터 선발승을 따냈다. 이후 류제국은 다섯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6월 14일 잠실 넥센전까지 연이어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선발승은 2승 밖에 안 올렸지만 선발 등판 때마다 팀이 승리, LG의 가파른 상승세에 주연이 됐다.
“한국야구에 조금은 적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만족할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데뷔전을 치르기 전에 류제국하면 떠오르는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주자고 결심했는데 잘 안 됐다. 팬들이나 상대팀으로 하여금 ‘류제국은 나오면 몇 이닝 몇 실점 정도는 하는 투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근데 이닝을 많이 소화하지 못해 아쉽다.”

류제국의 말처럼, 류제국은 이닝 소화에 있어 다소 기복을 보였다. 총 6번의 선발 등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한 경기도 두 차례 있었고 무엇보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구위가 저하되는 모습도 나왔다. 2009년초 미국 무대 등판 이후 4년 동안 정식 경기를 뛰지 못한 공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4년의 공백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또한 한국 마운드에는 11년 만에 오르는데 타자들의 성향과 날씨도 미국과는 꽤 다르다. 정말 한국프로야구 타자들은 섣불리 공을 안친다. 그리고 습도가 높아서 땀도 많이 난다. 넥센전 같은 경우 8회에도 올라간 반면, 그 다음 NC전은 경기 중반에 이미 구위가 떨어져버렸었다. 뛰는 체력과 던지는 체력은 별개라고 하는데 아직 던지는 체력이 제대로 갖춰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류제국의 투구가 주목 받는 것은, 막강한 구위로 위기 순간을 쉽게 극복하기 때문이다. 140km 중반대의 포심 패스트볼이 이따금씩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기는 하지만 실점 위기에선 투심 패스트볼로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기록하거나, 커브나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모습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류제국은 득점권에서 피안타율 1할7푼2리로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사실 실점 위기에 있어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 주자가 꽉 차 있어도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거 같다. 오히려 주자를 볼넷으로 그냥 내보낼 때가 나 자신에게 분하고 아쉽다. 특히 직구를 던지다가 볼이 나와 볼넷을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가 가장 힘들다. 주자가 있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집중력도 높아지는 듯하다.”
그러면서 류제국은 지난 5주 동안의 자신의 투구를 70점짜리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적응해야할 부분도 많고 나아져야할 부분도 또한 많다는 뜻이다. 지난 1월 LG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팀을 이끄는 투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었다.
“아직 나는 70점이다. 앞으로 직구도 더 빨라질 것이고 제구도 더 좋아질 것이다. 특별히 어려운 타자는 없다. 지금은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상대팀의 모든 타자들이 힘들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한국 날씨에 대한 적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땀이 정말 많이 난다. 아직 적응해가는 과정인 만큼 남은 30점을 채워가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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