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13년 간 가을잔치에서 뛰지 못했다. 자이언츠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고 싶다”.
샘 해밍턴만이 ‘대세 호주형’이 아니다. 뛰어난 실력과 팔꿈치 수술 후 더욱 철저해진 자기관리.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개방적인 마음가짐. ‘옥춘이’ 크리스 옥스프링(36, 롯데 자이언츠)도 올 시즌 ‘대세 호주형’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유망주였으며 2004 아테네 올림픽서 모국 호주의 은메달 획득을 이끈 주역 옥스프링은 2006시즌 일본 센트럴리그팀 한신에서 뛴 뒤 이듬해 7월 팀 하리칼라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08시즌 10승을 올리며 봉중근과 함께 선발 원투펀치로 분전했던 옥스프링은 2009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아쉽게 한국을 떠났다.

2011년 LG에 테스트 겸 재활 완료 점검 차 한국에 잠시 들르기도 했던 옥스프링은 2013시즌 개막 전 무릎 부상으로 퇴출된 스캇 리치몬드를 대신해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시즌 초반 흔들리는 모습으로 인해 계약 해지 선상까지 올랐던 옥스프링은 현재 15경기 7승(1완봉승)3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지난 26일 NC전서는 비록 승리하지 못했으나 7이닝 6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3개)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로서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치는 옥스프링은 27일 OSEN과 인터뷰를 가졌다. “몸 상태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게다가 내 삶의 이유인 가족들까지 최근 내한해 정신적으로도 최고의 상태”라며 웃은 옥스프링은 “한국에서 재선택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다시 선택을 받고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라는 말로 한국 생활에 대한 여전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옥스프링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활약상이 뛰어나다. 몸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지난 3경기서 승리는 따내지 못해서 아쉽지 않은지 묻고 싶다.
▲ 심신 모두 완벽하다. 아직 절반 가량 시즌이 남아있는 만큼 더욱 가다듬어야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다른 동료들의 도움 속 부상 없이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내 삶의 이유이기도 한 가족들이 한국에 왔다. 평정심을 갖고 제대로 야구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확실히 갖춰졌다. 솔직히 승운이 없는데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고. 아주 약간?(웃음) 그러나 상대 투수도 잘 던지면 대등한 경기로 인해 못 이길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고 내 개인의 승리보다 팀의 기대치에 흡족한 기록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안 좋았을 때는 나 스스로 자아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LG 시절이 기억난다. 그 때도 신사라 다른 이들이 굉장히 좋은 평가를 했었고 팬들도 2009년 호주로 떠나기 전 잠실구장에서 당신을 향해 송별의 아쉬움을 전한 것이 기억난다.
▲ 야구를 하며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호평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나 또한 LG에서 뛰며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고 수 년이 지나 롯데로부터 다시 선택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가 다시 이렇게 타 팀에서 재신임을 받는 것이 흔치 않은 기회라고 알고 있는데 내게는 이 시간이 행운과 같다.
-타 구단 관계자들에 의하면 LG 시절에는 던지지 않던 컷패스트볼이 올 시즌 부활의 비결이라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당신이 언제부터 컷패스트볼을 던졌는지 또 제대로 된 장착 계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 컷패스트볼을 장착한 시기는 샌디에이고 시절이던 2003년이다. 그러나 점차 팔꿈치가 안 좋아지면서 컷패스트볼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근육이 갖춰지지 않아 LG 시절에는 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9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또 확실하게 재활을 했다. 그래서 팔 상태는 LG 시절보다 훨씬 나아졌고 컷패스트볼 뿐만 아니라 내가 갖춘 구종들을 확실하게 던질 수 있는 몸으로 바뀌었다. 안 던지거나 못 던지던 공은 아니다.
-LG 시절에는 99번을 달고 뛰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지금은 46번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비어있으니까.(웃음) LG 시절의 99번도 이미 기존 선수들이 다른 등번호를 선택했길래 비어있는 번호를 선택했던 것 뿐이다. 나는 그리 등번호에 구애받는 스타일도 아니고. 46번도 그냥 비어있으니까 선택했다.
-2006년 일본 한신에서 뛰고 이듬해 밀워키에 있다가 시즌 중 LG로 이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양 야구 환경에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었는지.
▲ 일본에서의 경험도 참 소중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나 할까. 호주에서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같은 영어권인 만큼 적응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는데 일본에서는 언어와 그 나라의 환경을 적응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했다. 첫 4~5개월은 사실 정말 힘들었다. 내가 갖고 있는 삶의 기존 패턴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 일본 생활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내 것을 먼저 고수하기보다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타지에서 뛴다면 오픈 마인드를 갖춰야 빠르게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다.
-약간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호주는 한국과 절기가 반대인 만큼 한국의 비시즌 동안 호주 세미프로리그(시드니 블루삭스 플레잉코치)에서 뛰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전 감각은 이어갔겠지만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13~14년 간 프로에서의 경험을 갖춘 투수다. 그만큼 평소에도 준비를 많이했고 그만큼 자기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갖췄다고 자부한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수단과 팬 앞에 자신한다.
-현재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 그리고 올 시즌 최고의 목표라면.
▲ 무엇보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우선이다. 팀의 호성적이 최고의 덕목인 것도 그렇고 나 자신에게도 포스트시즌은 정말 간절하다. 프로 생활을 통틀어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팀의 호성적과 함께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오른다면 내 개인 성적도 자연스럽게 뒤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올해는 어떻게든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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