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태극 전사들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선배들의 옛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 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3 FIFA 20세 이하 월드컵 B조 최종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나이지리아(2승 1패, 승점 6)에 조 2위 자리를 내주며 16강 직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1위는 쿠바를 5-0으로 꺾은 포르투갈(2승 1무, 승점 7)이 차지했다.

이광종호는 비기기만 해도 자력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나이지리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16강의 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 3위 와일드카드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이번 대회는 조 1, 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6개 조 상위 3위 4팀도 와일드카드로 16강행 티켓을 잡는다. 다른 조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이미 승점 4점을 확보한 한국은 16강행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광종호는 이날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선배들의 좋은 기억을 떠올렸지만 끝내 재현하지 못했다. 경기 내내 빈공에 시달렸고, 세트피스 실점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떠안았다.
아우들에 비해 형들은 나이지리아에 좋은 기억을 안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 U-20 청소년 대회에 참가했다. 1차전서 스위스에 석패한 한국은 2차전서 운명의 상대인 나이지리아를 만났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 18분 데이빗 아부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43분까지 만회골을 넣지 못한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기적을 일궜다. 후반 44분 박주영이 그림 같은 프리킥을 꽂아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분 뒤 또 한 번 일을 냈다. 박주영의 왼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백지훈이 왼발로 밀어넣으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때도 나이지리아는 좋은 기억을 안겨준 상대였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조별리그 3차전서 나이지리아와 격돌했다.
당시 최소 무승부가 필요했던 한국은 전반 12분 만에 칼루 우체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 갔다. 하지만 전반 38분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 기성용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5년 전 청소년 무대 역전승의 주역이었던 박주영이 다시 한 번 영웅이 됐다. 후반 4분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으로 2-1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후반 24분 아예그베니 야쿠부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결국 2-2로 경기를 마감하며 월드컵 역사상 첫 원정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우들은 형들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광종호는 앞서 쿠바와 포르투갈전서 눈부신 경기력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부디 나이지리아전 패배를 교훈 삼아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를 재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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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