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에는 성인 배우들의 러브라인이 없다. 다만 '우정 라인'이 있을 뿐인데 이 모습이 보통의 멜로보다도 더 뭉클하고 찡한 감동을 안긴다.
'여왕의 교실'을 이끌어가는 두 인물은 심하나(김향기)와 오동구(천보근). 첫 방송부터 티격태격하면서 진심을 나눈 이 '꼴찌 친구들'의 관계는 러브라인이라 하기엔 아직 파릇한 어린 아이들이라 민망한 구석이 있다. 대신 멜로보다 절절하고 뜨거운 우정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심하나는 마녀 선생 마선생(고현정)이 반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동구를 망신줄 때에도 유일하게 그의 편이 돼 준 인물이다. 하나가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낸 "난 오동구를 좋아해요"란 말은 지금까지 등장한 마선생의 어떤 독설도 제친 인상깊은 대사이기도 하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의지해가며 절대 권력에 맞서는 심하나와 오동구는 그간 아역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숱하게 그려 온 가슴 시린 첫사랑과는 차별된다. 서로를 놀리고 투닥투닥하면서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을 드러낸다. 그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의 흑기사나 수호천사가 된다. 이만하면 이들의 세월과 우정, 사랑을 가지고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27일 방송에서 심하나가 오동구에게 친구를 지키는 이유를 설명하며, 소중한 걸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단 있게 말하는 장면이 담겨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믿었던 친구로 인해 지독한 왕따를 당하게 된 하나가 찾아간 사람도 동구.
하나는 자신이 강에 던져버렸던 동구의 인형을 찾아주며 "나 심하나는 소중한 걸 너처럼 쉽게 포기하진 않아. 내 소중한 6학년을 지켜낼거야, 난 날 위해서라도 친구들이 왕따가 되는 걸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야"라며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하나의 진심을 듣게 된 동구는 "6학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보지 뭐. 마녀한테 배운대로 마녀랑 싸워보자. 쎈 놈하고 싸울 때 목숨걸고 싸우면 의외로 승산이 좀 있더라"며 마음을 돌렸고, 하나와 의기투합했다.
마선생에 대항해 "이딴 종이 때문에 학교 다니는 건 아니라서요"라며 받았던 졸업장을 반납하는 동구와 "선생님. 저도 이제 도망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하나의 모습은 역경을 딛고 하나가 된 멜로의 남녀주인공과 같은 짜릿함마저 안겼다. 여기에 사회의 단면을 아이들을 통해 조명, 메시지까지 더해져 그 묵직함은 상당하다.
한 명의 적을 두고 의기투합하며 서로에게 동화돼 가는 이들은 이 드라마의 큰 줄기다. 그 적이 정말 절대 악일지 아니면 조력자일지는 더 두고봐야 할 상황이지만, 현재로서 이들의 우정 라인에 적대자 마선생은 큰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김향기와 천보근은 실제로 이 작품 전부터도 친분을 가졌던 절친 사이라고 한다. 이들은 앞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투닥투닥하며 서로 돕는 관계로 등장,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안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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