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감독의 선택은 달랐고 결국 결과도 달라졌다. 이만수 SK 감독이 다른 선택이 김광현의 3승 도전에 하나의 밑거름이 된 경기였다.
김광현은 28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시즌 3승에 재도전했다. 구위는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4㎞까지 나왔다. 직구 구위만 놓고 보면 전성기를 방불케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각과 구속도 살아있었다. LG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거나 헛돌았다. 5회까지는 무실점 행진이었다.
그런데 위기가 2-0으로 앞선 6회 찾아왔다. 1회에 많은 공을 던진 김광현은 그 이후 효과적으로 투구수를 줄여나갔으나 6회 오지환 정성훈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무사 1,2루에 몰렸다. 그만큼 투구수도 늘어났고 어깨의 힘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김광현은 박용택을 커브로 유인해 삼진을 잡아냈으나 정의윤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했다. 여전히 1사 1,2루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김광현은 이후 이병규를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투구수는 106개였다. 여기서 예전의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바로 김광현의 직전 등판이었던 22일 문학 롯데전이었다. 당시 김광현은 7회까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투구수 100개가 넘은 8회가 문제였다. 8회 1사 후 이승화에게 볼넷을 내준 김광현의 투구수는 112개였다.
교체 타이밍을 잡아야 할 시점, 이만수 SK 감독은 강공을 선택했다. 포수 정상호와 의견을 나눈 후 김광현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는 악수가 됐다. 김광현은 다음 타자 황재균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승리투수 요건은 순식간에 패전요건으로 바뀌었다. 결국 김광현은 시즌 3승 달성에 실패했다.
이만수 감독은 다음날 곧바로 “내 잘못이다. 내가 김광현의 승리를 날렸다”고 자책했다. 전 타석에서 황재균을 잘 처리한 것을 생각해 교체를 미뤘는데 결국 그것이 패착이었다는 의미였다. 이런 기억이 있기에 28일 경기에서도 이 감독의 선택이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 감독은 김광현이 이병규를 처리하자 주심에게 공을 받아 마운드에 올랐다. 내심 아쉬워하는 김광현을 달래며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김광현의 뒤를 이은 박정배는 견제 실책으로 2사 2,3루에 몰렸으나 대타 이병규(7)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김광현의 승리 요건도 지켰다. 이만수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김광현의 최근 등판을 복기하면서 “감독이 실수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학습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김광현이 22일 황재균에게 홈런을 맞지 않았다면, 혹은 28일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저 정리했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에 아쉬움이 남아서는 곤란하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과 배경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좀 더 빠르게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고 있는 이 감독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SK는 이날 김광현 박정배 박희수로 이어지는 효율적인 계투 속에 2-1로 이겼다. 불펜은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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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