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SK 불펜, 원동력은 ‘믿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29 07: 29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SK 불펜이 살아나고 있다. 기술이 아닌, 벤치와 불펜을 감싸 돌고 있는 ‘믿음’이 그 원동력이 되고 있다.
SK는 이번주 벌어진 4경기에서 3승1패를 거뒀다. 상위권 팀인 넥센과 LG를 상대로 거둔 성과라 의미도 남다르다. 서서히 팀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승리였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변화도 있다. 바로 불펜의 선전이다. 팀의 고질병이 점차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3승 이상의 수확이다.
SK 불펜은 이번주 4경기에서 13이닝을 소화했다. 생각보다 선발 투수들이 오래 버티지 못한 가운데 비교적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단 1점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4경기 중 3경기는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불펜이 동원됐고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켜냈다. 불펜투수들이 자기 몫을 수행한 동시에 마지막 순간에는 박희수가 팀의 승리를 ‘철통보안’한 덕이다.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이 변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선수들이 기량이 시즌 중 갑자기 급상승할 수는 없다. 구속에서 조금 더 나아진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의 보완은 한계가 있다. 박정배 윤길현의 가세도 불펜 안정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전유수 이재영 등도 덩달아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믿음’이 그 원동력이라는 결론이다. SK 불펜 투수들은 2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서로 공을 돌리기 바빴다. 윤길현은 “(박)정배형이 올라오고, (이)재영이형도 좋아지고 있다. 이를 서로 느끼고 있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내 뒤에서 막아줄 선수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느슨했던 믿음이 선수들의 동반 상승과 함께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28일 경기에서 맹활약한 박정배도 경기 전 비슷한 말을 했다. 박정배는 “불펜투수들이 다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 좋지 않으면 나도 부담이 될 텐데 있는 현재 불펜에 있는 선수들이 다 좋다”면서 “남은 이닝을 우리가 나눠 던지면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부담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불펜 내부의 긍정적인 기류는 벤치에까지 번지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최근까지만 해도 선발투수들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성향이었다. 5일에 한 번씩 나서는 선발투수의 책임감도 있지만 불펜투수들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간혹 독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뒤쪽에 ‘재산’들이 많아진 이 감독은 좀 더 빠른 불펜 운영을 선보이고 있다. 28일 잠실 LG전에서도 김광현 대신 한 박자 빠르게 박정배를 올려 불을 껐다.
성준 SK 투수코치도 앞으로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성 코치는 “아무래도 리드를 지키는 경험들이 부족하다보니 기복이 있었다. 현재는 그것을 줄여나가는 과정이다. 한순간에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하면서 “박정배는 경험을 신념으로 만회 중이고, 윤길현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투지로 던진다”면서 선수들의 의지를 칭찬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책임감. 야구의 기본을 찾아가고 있는 SK 불펜이 반격을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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