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5, SK)은 지난 겨우 내내 말이 없었다. 말없이 재활에 매진했다. 왜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는지, 지금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저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이야기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몸짓 하나하나에서 그 이유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2007년 혜성처럼 등장한 김광현은 단숨에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모든 것이 화려했다. 그러나 어깨에 올려진 짐이 너무 무거웠을까. 왼쪽 어깨가 아팠다. 성적도 급추락했다. 2010년 17승을 비롯,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45승을 거뒀던 이 SK의 에이스는 그 후 2년간 12승에 그쳤다. 평균자책점도 4점대로 치솟았다.
2012년을 마친 뒤 의료진은 그에게 수술을 권유했다. 그러나 김광현을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 한 번 재활을 선택했다. “아직 젊으니 확실하게 수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예전의 몸 상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마운드에서 증명했다.

최근 2경기는 그런 김광현의 ‘컴백’을 알리는 상징적인 경기였다. 22일 문학 롯데전과 28일 잠실 LG전이 그 무대였다. 성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구위와 구속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22일 경기 후 이만수 SK 감독을 비롯한 팀 관계자들은 “2010년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비록 피홈런 2방 탓에 패전투수가 됐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투구였다.
28일 경기는 남아있던 의구심조차 깨끗하게 지웠다. 김광현은 이날 최고 154㎞의 공을 던졌다. 스피드건과는 별개로 육안상으로도 전성기 구속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14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는 각까지 살아있었다. 결국 한창 신바람을 내던 LG 타선을 묶으며 시즌 3승째를 따냈다. 보완해야 할 점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찾은 김광현의 얼굴 표정도 밝았다.
많은 이들이 이날 경기를 두고 “김광현이 전성기 구위로 돌아왔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 될지도 모른다. 전성기의 사전적 의미는 “형세나 세력 따위가 한창 왕성한 시기”다. 사람으로 따지면 보통 쉽게 말해 “가장 잘 나갔을 때”를 가리킨다. 아직 우리 나이로 26에 불과한 김광현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2010년보다 더 화려한 전성기를 열어젖힐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어깨는 아프지 않다. 스스로도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듯 이를 매번 강조한다. 여기에 구위가 좋지 않을 때 살아남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였던 김광현은 고교 시절 던졌던 커브 구사 비율을 높였다. 스스로 “아직은 구종을 말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또 하나의 변화구도 연마 중이다. 아프지 않은 어깨에 예전보다 더 다양해진 변화구가 더해졌다.
경기운영능력과 제구도 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3년간의 인내의 시간은 내면도 성숙하게 했다. 큰 난관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처럼 김광현은 아직 더 좋은 투수가 될 잠재력이 남아 있다. 그의 전성기를 굳이 2010년으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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