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현, 백업 이상의 소금으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29 10: 33

2006년 프로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3년간 1군에서 14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상무를 거쳐 제대한 이후에도 그의 이름 앞에는 ‘주전’이라는 단어가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빛이 될 수는 없다. 소금의 몫을 할 선수도 필요하다. SK 내야수 김성현(26)이 그런 선수다.
2006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SK에 입단한 김성현은 오랜 기간 ‘2군 선수’였다.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에서 그의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이미 검증된 기량을 가진 선배들이 내야에 버티고 있었다. 상무에 입대해 땀을 흘렸지만 제대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1년 1군 출장은 10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런 김성현이 팀 내에서 서서히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주로 백업으로 88경기에 뛰며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출장을 기록한 김성현은 올 시즌도 꾸준히 1군에 자리하며 보이지 않는 일꾼의 몫을 수행하고 있다. SK 야수 중 1군 엔트리에서 단 한 번도 제외되지 않은 선수는 최정을 비롯해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김성현이다. 벤치의 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평범한 성적만 보면 이런 신임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28일 현재 타율은 1할8푼2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가 높다. 대수비·대주자 요원으로 모두 투입시킬 수 있는 활용성을 갖췄다. 수비력도 뛰어나다. 이만수 SK 감독은 김성현의 수비에 대해 “야무지게 잘한다”라고 했다. 2루와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정된 엔트리에서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은 전술 운영폭을 넓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실 잘 빛이 나지 않는 이 자리까지 오는 데도 경쟁이 필요했다. 내야 백업 자리를 놓고 SK 전지훈련부터 최윤석 박승욱과 경쟁했다. 나름대로 한 단계를 밟고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주전으로 나서는 경기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박진만의 체력 안배를 위해 유격수로 나서기도 했고 정근우가 2군으로 내려갔을 때 그 몫을 대신 수행하기도 했다. 튀지는 않지만 무난하게 벤치의 주문을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선수 중 백업의 몫에 만족하는 선수는 없다. 있다면 자격미달이다. 김성현도 주전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러나 김성현은 “그게 욕심을 부린다고 되겠나”라면서 “일단 수비를 잘하자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그래야 기회도 더 생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팀에 보탬이 되는 플레이를 계속 펼친다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김성현은 올 시즌 몇 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벤치에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화려한 빛이 되는 경우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8일 문학 두산전이 그런 경기였다. 김성현은 9회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10점차 뒤집기쇼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만큼은 팀 내 최고의 스타였다. 평소 묵묵히 자신의 몫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찾아오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김성현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조금씩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