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에서 잠재력을 터뜨리는가.
삼성 내야수 정병곤(25)이 생애 최고의 날을 만들었다. 정병곤은 지난 28일 대구 KIA전에서 9회말 2사 1·3루에서 앤서니 르루의 3구 146km 직구를 통타, 좌익수 앞으로 빠지는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켰다. 삼성 이적 후 첫 안타를 짜릿한 끝내기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정병곤은 삼성 리틀 내당초 출신으로 경복중-경북고-단국대를 거쳐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66순위로 LG에 지명됐다. 데뷔 첫 해 11경기에 나와 20타수 4안타로 타율 2할을 기록한 게 1군 성적의 전부. 2012년에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했고, 시즌 후 3대3 트레이드로 고향팀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의 두터운 선수층에 막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에서 LG로 옮겨간 포수 현재윤과 내야수 손주인이 신바람 야구의 일원으로 맹활약하며 '삼성이 실패한 트레이드가 아니냐'는 평가가 쏟아졌다. 김태완만이 1군에서 활약할 뿐 정병곤과 투수 노진용은 1군에 없었다.
지난 20일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정병곤은 이날 경기 전까지 주로 대수비로 나와 3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한게 전부였다.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고, 이날 경기에서도 9회초 2루 대수비로 경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삼성이 KIA 마무리 앤서니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고, 끝내기 찬스는 정병곤에게까지 넘어왔다.
정병곤은 앤서니의 1~2구 볼을 침착하게 고른 뒤 3구째를 공략해 끝내기 안타를 만들었고, 동료들로부터 격한 축하 세레머니를 받았다.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후 처음 터뜨린 안타가 끝내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정병곤의 끝내기 안타에 대구구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정병곤은 "내가 꼭 끝내기 싶었다. 이런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에 꼭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고작 한 타석 들어선 게 전부였으나 결정적인 순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김상수도 잘 했지만 끝내기 안타를 친 정병곤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흡족해 했다.
정병곤은 "우승팀에 왔다. 나도 우승에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우승 반지에 욕심을 냈다. 1군에 모습을 드러낸지 얼마 안 됐지만 이기는 법을 아는 승리의 DNA가 그의 몸에 녹아있었다. 끝내기의 주인공이 돼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낸 정병곤이 트레이드 실패 평가를 딛고 삼성의 한국시리즈 3연패에 한 몫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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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