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본 푸이그, 야구장에 '놀러 온' 사나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29 06: 07

28일(이하 한국시간) 경기 후,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6연승을 이어간 다저스 클럽하우스에는 웃음과 환호로 가득했다. 샤워장 안쪽에서는 웃고 고함치는 다저스 선수들의 즐거움이 묻어 나왔고, 승리투수가 된 잭 그레인키는 침착하게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날 승리의 영웅인 야시엘 푸이그는 타월 한 장으로 하반신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자신의 라커 앞으로 향했다. 아직 영어에 능하지 못한 푸이그지만 스페인어로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취재진에 장난을 걸었다. 팬티만 입은 채 선글라스를 끼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현지 기자에게 향수를 뿌리며 낄낄거리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방망이로 팀의 6연승을 이끌었기에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푸이그는 4타수 무안타를 쳐도 더그아웃,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야구장에 놀러 와 신이 난 꼬마 아이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야구를 즐기고 있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이번달 2일에야 빅리그에 승격, 23경기만에 푸이그는 타율 4할2푼7리(89타수 38안타) 7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작년 다저스가 망명객 푸이그에게 7년 4200만달러를 안겨주며 영입을 발표했을 때 '너무 비싸다'던 목소리는 이제 싹 사라졌다.
푸이그의 플레이는 숫자 몇 개로는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고타율과 많은 홈런은 푸이그의 일부만을 설명할 수 있다. 평범한 땅볼에 1루로 전력질주를 하고, 중전안타를 치고 2루까지 서슴없이 뛴다. 우익수로 나가서는 홈런성 타구를 잡기위해 쫓아가다 펜스에 정면 충돌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고 곧바로 역전타까지 친다.
이러한 그의 플레이에 다저스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66'번이 적힌 푸이그의 티셔츠는 이미 다저스 유니폼 판매 2위까지 올라왔다. 푸이그의 등장음악이 나오면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은 가장 큰 환호성을 그에게 보낸다. 무언가 해 줄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선수, 즉 스타성을 타고 난 선수다.
 
야구는 팀 스포츠, 푸이그의 끓어 오르는 열정을 적당하게 제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직 팀에서는 푸이그를 옹호하고 있다. 돈 매팅리 감독은 28일 경기 후 "그와 같이 열정적이고 환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루키를 본 적 없다"면서 수비 중 펜스에 정면 충돌한 상황을 두고 "우리는 펜스가 괜찮은지 확인했다"며 재치있는 농담을 했다.
푸이그의 롤 모델이기도 한 맷 켐프 역시 마찬가지. 사실 켐프는 루키 시즌이던 2006년 푸이그와 같은 주목을 받았다. 데뷔 20경기 만에 7개의 홈런을 친 푸이그는 팀 역사상 타이기록을 세웠는데 종전 기록을 바로 켐프가 갖고 있었다. 포지션도 같은 외야수, 푸이그에게 '나는 너보다 야구 잘했다'고 한 마디 할 수 있는 위치다.
그럼에도 켐프 역시 푸이그를 적극 옹호한다. 켐프는 "푸이그는 내 스스로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가끔 그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애송이(the kid)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노력하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지금 푸이그는 처음 야구를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침체되어 있던 다저스도 푸이그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상승세를 탔다. 다저스는 또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얻은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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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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