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매번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원정 징크스'다.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은 15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2.85, 하지만 원정경기 7번에서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 중이다. 원정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징크스'라는 말로 단정내릴 필요는 없다. 스포츠에서 징크스란 기량 외의 요인이 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선수 본인이 징크스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것이 곧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모든 성적을 살펴보면 류현진이 현재 원정에 약한 모습은 징크스라기 보다는 메이저리그 적응 중으로 해석해야 한다.
류현진이 홈으로 쓰고 있는 다저스타디움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 친화구장이다. 펜스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언덕을 깎아 세워진 다저스타디움이기에 밤에는 공기가 식어 하강기류를 형성하고 습기까지 머금게 된다. 그래서 타자들이 친 공은 다른 구장에 비해 덜 뻗는 성향이 있다.

때문에 다저스는 전통적으로 투수 레전드가 더 많았다. 당연히 투수 친화적인 구장을 쓰기 때문이다. 류현진 뿐만 아니라 다저스 팀 자체의 홈 평균자책점이 더 좋다. 다저스의 홈 경기 투수 성적은 23승 20패 평균자책점 3.41이지만 원정경기는 13승 22패 평균자책점 4.13이다.
또한 류현진이 겪고 있는 시차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뛰던 선수가 미국으로 건너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시차 적응이다. 미국은 한 나라 안에서도 3시간의 시차가 날 정도로 큰 나라다. 한 야구 관계자는 "우리는 '겨우 3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뛰는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LA에서 야구를 시작한 선배들도 첫 해 홈과 원정경기 성적 편차는 심했다. 1995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토네이도' 노모 히데오도 그 해 홈에서 8승 2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활약했지만 원정에서는 5승 4패 평균자책점 3.41로 성적이 다소 떨어졌다.
박찬호 역시 마찬가지, 다저스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던 1996년 홈에서는 2승 3패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지만 원정에서는 3승 2패 평균자책점 5.26을 기록,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땅볼 유도형 투수인 구로다 히로키가 메이저리그 데뷔 해였던 2008년 홈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3.68, 원정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4.03으로 성적 편차가 크지 않았다.
즉 류현진이 홈과 원정성적에서 차이를 보이는 건 어느정도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아직 전반기를 마치지 않은 류현진을 징크스로 묶기 보다는 리그 적응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류현진은 30일 홈에서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시즌 7승에 도전한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