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부르는 악역, 중년 배우가 살린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6.29 11: 36

중년 배우들의 내공이 악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유산’ 박원숙부터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정웅인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악역들이 드라마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한 것.
배우 정웅인은 최근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로 호평 받고 있다. 극 중 살인마 민준국으로 분한 정웅인표 악역 연기의 포인트는 섬뜩한 이중인격연기다. 민준국은 과거 자신의 살인 사실을 증언한 장혜성(이보영 분)에게 복수를 하기위해 그의 어머니 어춘심(김해숙 분)에게 남모르게 접근하는 주도면밀한 인물. 착하고 친절한 사람인양 가장해 어춘심의 마음을 산 그는 지난 7회분에서 갑자기 연장을 들고 살인마로 돌변, 자신을 믿었던 어춘심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날 방송 이후 네티즌은 정웅인의 연기에 극찬을 보내고 있다. 범죄스릴러 영화 ‘추격자’가 떠올랐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코미디 배우인줄만 알았던 정웅인의 연기 변신에 놀라움을 표하는 반응이다. 사실 정웅인은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이기적인 대기업 회장 역으로 데뷔 후 첫 악역을 맡았었다. 그는 당시 악역 도전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말한 바 있다. 그 때문일까. 이제 정웅인에게는 코미디 배우를 뛰어넘는 연기파 배우의 힘이 느껴진다.

정웅인 못지않게 악역으로 각광받은 이는 배우 이성재다. 그는 지난 25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야심가 조관웅으로 출연, 극악무도한 악인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성재는 같은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뛰어난 패션 감각과 엉뚱하고 솔직한 면모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터라 연기와 일상 속 캐릭터 간의 큰 괴리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이중성은 결론적으로 배우 이성재의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해 준 셈이 됐다.
배우 박원숙은 ‘백년의 유산’에서 여주인공 민채원(유진 분)의 표독한 시어머니 방영자로 분해 전 국민적인 미움을 받았다. 방영자는 그간 보여줬던 주말극의 평범한 악독 시어머니들과 차원이 다른 그로테스크함으로 놀라움과 신선함을 선사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거나, 며느리가 옆에 있음에도 아들에게 선을 볼 여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안하무인 태도는 드라마에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정도. 지금까지 다수의 악독한 시어머니들이 있었지만 당분간은 박원숙의 방영자를 뛰어넘는 인물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에서 주인공 조해우(손예진 분)의 부친 조의선 역을 맡은 김규철과 지난달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의 정동환 역시 악역 연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 김규철의 악역 연기는 특유의 비열함에 포인트가 있다. 이번 조의선 역할 뿐 아니라 김규철이 지난해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에서 맡은 박기출 역은 필요할 때마다 표정을 바꾸고 거짓말을 일삼는 비열한 인물들이다. 그는 이 비열하고 때로는 찌질한(?) 인물들을 독특한 표정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정동환은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에서 욕심에 가득 차 친구의 재산을 빼앗고, 살인을 교사하는 등의 악행도 모자라 주인공 박선우(이진욱 분)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최진철 역할로 눈길을 끌었다. 끊임없이 주인공 박선우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의 악랄함은 드라마 전체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과거 트렌디 드라마에서 악역은 주로 젊은 여자 배우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년의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의 악역을 맡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이들의 활약이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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