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23)이 인천도 구하고,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9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홈경기서 이석현의 2골에 힘입어 황진성이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포항 스틸러스를 2-1로 물리쳤다.
두 팀 모두 퇴로가 없는 중대 일전이었다. 인천은 지난 26일 후반기 첫 경기였던 성남전서 1-4 완패를 당했다. 포항도 27일간의 기나긴 휴식기 끝 기지개를 켜는 날이었다. 선두 포항이 이날 4위 인천을 잡는다면 독주 체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인천은 포항을 꺾는다면 2위로 뛰어 오를 수 있었다.

K리그 최고의 패스 축구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고 있는 두 팀의 대결답게 시종일관 수준 높고 흥미진진한 경기가 이어졌다. 관중들의 탄성과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공교롭게도 흥미로운 잔치에 주인공들이 초대받지 못했다. 인천의 베테랑 공격수 설기현과 이천수는 사후징계와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다.
인천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23살의 어린 선수가 경기를 지배했고, 두차례의 오른발 슈팅으로 인천의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인천의 떠오르는 샛별 이석현의 이야기다.
이석현은 이날 이천수를 대신해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했다. 자로 잰 듯한 오른발로 포항의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번번히 수비 벽에 막히며 좀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석현의 진가는 데드볼이 아닌 상황에서 나왔다. 천금 오른발로 동점골과 결승골을 연달아 넣었다. 전반 27분 디오고의 크로스가 다소 길게 연결됐지만 끝까지 따라가 동점골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후반 중반에는 팽팽한 흐름을 깨트리는 중거리 슈팅도 성공시켰다. 벼락 같았다. 후반 13분 아크 서클 근처에서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포항의 수문장 신화용이 팔을 뻗어봤지만 막을 도리가 없었다. 공은 골문 구석에 정확히 꽂혔고, 이는 곧 결승골이 됐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26점을 기록하며 2위로 뛰어 올랐다. 선두 포항(승점 29)과 격차도 3점으로 좁혔다. 울산(승점 24) 제주 수원(이상 승점 23)이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아 2위 자리를 장담할 수 없지만 성남전 완패 뒤 강호 포항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없이 값진 승점 3점이었다.
이석현은 이날 맹활약으로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도 제대로 찍었다. 내달 20일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는 홍 감독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만한 경기력이었다.
과거 올림픽 대표 시절 홍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이석현은 결국 동년배들에 밀려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아픔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석현이 인천도 구하고, 홍心도 잡았다. 이제 힘차게 비상할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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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