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가 100km?’ 손민한, 기교투의 극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29 20: 37

최고 구속 146km에 최저 구속은 100km. 그런데 100km 짜리 공은 커브나 체인지업이 아니라 직구였다. 구종 하나를 갖고도 코스와 속도를 달리하며 타자를 농락했는데 최저 구속은 거의 연예인 시구급이다. ‘돌아온 민한신’ 손민한(38, NC 다이노스)은 29일 마산구장에서 기교의 끝을 보여줬다.
손민한은 29일 마산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0으로 앞선 7회초 이태양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물러났다. 이날 손민한의 총 투구수는 91개로 NC 입단 이래 가장 많은 한 경기 투구수다.
비록 뒤를 이은 이태양이 김재호에게 동점타를 맞으며 손민한의 승리 요건은 날아갔다. 팀도 1-2로 뼈아픈 역전패를 맛보며 ‘손민한이 나가면 이긴다’라는 법칙도 아쉽게 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손민한은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던져야 하는 지, 나이가 많아도 충분히 잘 던질 수 있는 돌파구가 있음을 스스로 보여줬다.

1회초 손민한은 이종욱의 우익선상 2루타와 민병헌의 희생번트, 김현수의 볼넷으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손민한은 오재일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홍성흔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는 기교투를 선보였다. 이후 손민한은 간간이 안타는 허용하면서도 결정타는 피하는 뛰어난 완급조절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같은 구종에 힘을 달리하고 코스 배분을 능수능란하게 하며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6회초 민병헌에게 좌전 안타와 2루 도루,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맞이한 손민한. 그러나 손민한은 대타 최준석을 우익수 뜬공, 홍성흔을 좌익수 플라이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총 투구수 91개 중 스트라이크 59개, 볼 32개로 기본적인 제구력이 안정적이었다.
특히 투구분석, 직구는 눈을 의심하게 했다. 이날 최고 146km의 직구를 던진 손민한은 총 54개의 직구를 구사했다. 그런데 가장 느린 직구는 100km였다. 연예인 시구가 아니라 손민한이 던진 직구였다. 슬라이더 최저 126km, 체인지업 최저 122km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완급조절 변화구보다도 월등히 느린 직구였다. 찰나를 공략하는 타자 입장에서 움직임이 크지 않은 공이 스멀스멀 들어오면 이 또한 휘두르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나이 서른 아홉의 베테랑. 그나마도 빠른 1975년생이라 동기들은 모두 불혹이다. 전성 시절을 이미 훌쩍 넘긴 손민한. 그만큼 예전처럼 꾸준히 140km대 후반의 공을 던지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손민한은 이제 우격다짐으로 던지기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조절해 던지는 기교투를 선보였다. 46km 차이의 직구. 손민한은 자신이 다른 클래스의 투수였음을 또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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