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비예능인, 관찰.'
2013년 상반기 예능 키워드는 이렇게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여자보다 남자가, 인기 예능인보다 초보 비예능인이, 토크쇼나 스튜디오 예능보다는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 상남자 대세, 여자 예능 사라졌어!

상반기 예능 판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MBC '일밤'의 부활이다.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일밤'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긴 암흑기를 벗어났다. 여기에는 '상남자들'이 있었다. '일밤'을 살린 두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아빠 어디가'의 송중국의 딸 지아를 제외하고는 전부 남자다.
성동일-성준, 윤민수-윤후, 김성주-민국, 송종국-지아, 이종혁-준수 부자 등 '아빠 어디가'를 통해 예능이 처음인 배우들과 가수, 여기에 어린 아이들까지 대거 전문 예능인 못지 않게 각광받았다.
예능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 연예인들과 일반인 출연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포맷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관통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윤후, 준수, 준, 민국, 지아 등은 '국민아이돌'의 인기 못지 않은 '국민아이들'로 등극했다. 이들이 연이어 찍고 있는 CF가 이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남자의 전유물인 군대 이야기가 여자 시청자들의 눈까지 잡고 예능에서 통한 것도 이례적이다.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기획의도로 스타들이 군대에서 적응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리얼 예능은 샘 헤밍턴, 류수영, 손진영 등 새로운 예능 스타들을 발굴했다. 최근 투입된 박형식(제국의 아이들)은 숱하게 예능 카드로 쓰여온 아이돌의 진부함을 벗었다는 호평도 얻고 있다.
'일밤' 외에도 SBS '런닝맨', '정글의 법칙' 등 인기 예능들이 홍일점으로 여자 스타를 쓰고 있는 정도다.

-비예능인, 본업 따로 있는데 대세됐어!
상반기는 기존 톱스타 예능인들의 이름값 있는 활약보다는 비예능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위에 언급한 인물들이 대부분 비예능인들이다. 개그맨이나 방송인보다 배우, 가수 등 본업이 따로 있는 인물들의 활약이 돋보인 것. 이종혁, 류수영, 성동일, 이성재, 윤민수 등은 본업이 예능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이슈의 인물을 꼽는다면 단연 '아빠 어디가'의 윤후라고 할 수 있다. 윤후는 신선한 일반인 출연자로서 최고의 카드였다고 할 수 있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매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아빠 어디가', MBC '황금어장'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샘 헤밍턴은 호주 출신 방송인이지만 기존 방송인들과는 차별점을 지니며 희소성으로 가치를 높였다. 방송계 저변에 머물러있던 샘 헤밍턴은 상반기 예능이 발굴한 특별한 캐릭터다.
예능계의 투톱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신동엽과 같은 톱스타 예능인들이 기존의 인기를 유지 중이나 눈에 띄는 후발 주자들이 부족한 모양새다. 여기에 유세윤이란 굵직한 예능인이 음주 운전 사건으로 당분간 안방에서 사라져야 했다. 다만 과거 위안부 관련 발언 논란으로 방송을 접어야 했던 김구라의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의 복귀는 의미가 있다.

-관찰, 감동 짜내는 토크쇼보다 재미있어!
상반기는 토크쇼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특히 '관찰'은 상반기 인기 리얼 예능의 대표 인기 키워드가 됐다. '무릎팍도사'와 SBS '힐링캠프'가 꾸준히 이슈를 모으기는 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특별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특히 게스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 커 전체적인 저력을 보였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자리를 대신 한 것은 '관찰 일기'다.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MBC '나 혼자 산다', KBS 2TV '인간의 조건', SBS '정글의 법칙' 등이 모두 시청자들에게 '지켜보기'의 재미를 선사하는 관찰 포맷이다.
관건은 진정성. 그렇기에 '정글의 법칙'은 한 차례 조작 논란을 앓아야 했다. 다소 심심 밋밋하고 자극적인 재미가 덜할 수는 있지만 최대한 작위적인 감동이나 짜여진 설정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살리는 게 이 관찰 리얼 예능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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