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막장’이 ‘웰메이드’ 이겼다 [상반기 결산③]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6.30 09: 55

2013년도 상반기 드라마에는 유독 막장 코드가 많았다. 독한 소재를 바탕에 깔고 매회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은 폭풍전개로 힘 있게 극을 진행시켜 욕 하면서도 보게 만들었던 일명 ‘막장드라마’는 시청률 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메시지를 담아 깊은 여운을 남겼던 ‘웰메이드 드라마’를 이겼다는 평이다.
하지만 2013년 상반기 드라마가 막장와 웰메이드로 양분됐던 것만은 아니다. 시청자를 흡인력 있게 끌어당겼던 막장 드라마들은 결국 시청자를 수긍시키며 ‘웰메이드’라는 수식어를 챙긴 드라마도 더러 있었다. 또 웰메이드 드라마 중에서도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진정한 해피엔딩을 맞은 경우도 있었다.
#대표 막장, ‘내 딸 서영이’-‘백년의 유산’

지난해 9월 첫 방송돼 지난 3월 종영한 KBS 2TV ‘내 딸 서영이’는 시청률 40%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며 국민드라마에 등극했다. ‘내 딸 서영이’는 천륜을 끊는 딸이라는 독한 설정으로 막장드라마라는 평을 얻었지만 딸 서영(이보영 분)과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가 서로에 상처로 남으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의 내면을 집중 조명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작가의 필력이 빛을 발한 ‘내 딸 서영이’는 거친 소재로 일단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뒤에는 극이 중후반부에 이를수록 주조연 가리지 않는 등장인물 저마다의 고뇌와 아픔이 세심하게 묘사돼 시청자에 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시키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또 상반기 안방극장의 대표 코드인 부성애의 인기의 시작을 알렸던 ‘내 딸 서영이’는 그 동안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아버지들의 사랑에 대해 그려내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칭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상반기 안방극장에는 ‘역시 막장 드라마’라는 평을 얻은 작품이 더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1월 첫 방송돼 지난 23일 종영한 ‘백년의 유산’이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 분)의 며느리 채원(유진 분)을 향한 도를 넘은 악행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영자는 욕심 많고 교양 없는 전형적인 악역으로, 며느리에 위자료를 주지 않으려 그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등의 행동으로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는 방영자를 능가하는 독특한 4차원 캐릭터 홍주(심이영 분)가 가세하면서 시청자의 답답한 속을 뚫어줬고 그와 동시에 ‘백년의 유산’은 막장의 절정으로 치달으며 최종회 시청률 30%를 넘기며 화려하게 종영했다.
‘백년의 유산’은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를 배경으로 삼 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엉킨 인간사를 풀어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으로 알려졌었지만 그보다는 독하고 독한 막장 코드의 나열로 화제성을 안는 것으로 영광을 대신했다.
 
# 대표 웰메이드, ‘내 연애의 모든 것’-‘상어’ 
지난 4월 첫 방송된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는 시기를 잘 못 만났다는 아쉬움이 쏟아지는 대표적인 웰메이드 드라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첫 회 시청률 7.4% 이후 하락을 거듭하면서 평균 시청률 5.2%에 머물렀다. 특히 상대작 MBC ‘남자가 사랑할 때’와 KBS 2TV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가 강세를 떨치지 않았음에도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안타까울 정도로 시청률에 힘을 받지 못하며 최하위로 종영하는 수모를 겪었다.
신하균과 이민정이라는 두 톱배우가 정치판을 배경으로 여·야 의원의 사랑을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라는 신선한 소재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정치를 소재로 한 수영(신하균 분)과 민영(이민정 분)은 각각 대한국당과 녹색정의당으로 대립하며 정치판을 패러디, 일침을 가했지만 시청자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고 이후 집중된 이들의 러브라인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고 조기종영설까지 불거지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또 지난 5월 첫 방송,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상어’는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상어’는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칼끝을 겨누는 남자 이수(김남길 분)와 치명적이 사랑에 흔들리는 여자 해우(손예진 분)를 중심으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치밀한 복수극이 매회 속도감 있게 그려지고 있지만 동시간대 최하위대에서 머물고 있다.
이에 KBS 측은 지난 29일 ‘상어’의 1회부터 10회까지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편집한 스페셜 방송을 내보내는 등 복수극의 완결판이자 웰메이드 드라마로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한 ‘상어’에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입소문을 타고 매회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어’가 경쟁작 MBC ‘구가의 서’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종영한 후 시청률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예외도 있네, 작품성-시청률 다 잡았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돼 지난 1월 종영한 KBS 2TV ‘학교2013’은 첫 회 시청률 8.0%에서 최종회 시청률이 15.0%를 기록하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일구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학교2013’은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높은 인기를 끌었던 전작 ‘학교’에서 더 이상 색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들게 했지만, 이 드라마가 담아낸 2013년판 생생한 교육 현실 속 흔들리는 청춘의 우정과 사랑은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청춘스타 유망주를 대거 배출, ‘학교’의 명성을 재현해냈다.
또한 지난 1월 첫 방송돼 120부동안 큰 사랑을 받았던 아침드라마 ‘삼생이’는 전국기준 시청률 18.4%의 기록으로 종영, 방송되는 동안 하루를 통틀어 모든 프로그램들 중 드라마, 예능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생이’는 세상 누구보다 약했지만, 역경을 딛고 세상 누구보다 강한 인간이 돼가는 한 여자의 성공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로 탄탄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여성의 성공스토리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배경 등의 조화로 시청자에 호평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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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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