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그리고 18년 후인 2013년 6월 29일 건물 붕괴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충격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악랄한 기업인이 벌여놓은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로 인해 가족을 잃은 한 소시민이 납치라는 충격적인 선택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캔들’이 강렬한 포문을 열었다.
MBC 새 주말드라마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 지난 29일 첫 방송을 마쳤다. 이 드라마는 건설회사 사장 장태하(박상민 분)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욕심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면서 아들을 잃은 형사 하명근(조재현 분)이 태하의 아들 은중(김재원 분)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첫 방송은 태하로 대변되는 사회권력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소시민들과 생명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재산만을 생각하는 태하의 악랄하다 못해 충격적인 악행이 전면에 표현됐다.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인데 아들만큼은 끔찍하게 여긴다. 명근의 부성애 못지않은 태하의 아들 사랑 역시 이 드라마를 지배하는 축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케 했다. 앞으로 이 드라마는 복수와 복수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으며 진한 가족애를 전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진만 감독이 지난 26일 제작발표회에서 “가족애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적절히 섞어내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힌 것처럼 ‘스캔들’은 곳곳에 숨어 있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인 가족들간의 사랑을 첫 방송부터 쫀쫀하게 그려나갔다.
권력과 재산에 눈이 먼 태하가 건물 붕괴를 방조하고 이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는 과정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눈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의 악몽을 되새겼다. 가뜩이나 이미 태하의 악행에 분노하고 있었던 안방극장은 1회 마지막 순간에 건물이 무너지자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후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는 삼풍백화점이 차지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전개는 통했다.
일단 이 드라마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모티프로 내세우며 안방극장에 매우 강렬하고 지울 수 없는 인상을 안겼다. 빠른 전개와 흡인력 높은 구성,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는 자극적인 소재로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MBC의 기존 주말 오후 10시대 드라마와 조금은 차별화된 모양새였다. 전작 ‘메이퀸’, ‘백년의 유산’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전개이긴 해도 일단 막장 드라마의 가능성은 엿보이지 않았다.
욕을 할 수밖에 없는 못돼 처먹은 악역 태하 역의 박상민과 앞으로 절절한 부성애를 표현할 조재현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놓칠 수 없는 재미. 게다가 초반 잠깐 등장해서 슬픔과 분노를 한번에 쏟아낸 은중 역의 김재원, 미묘한 분위기를 풍겼던 조윤희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한편 ‘스캔들’은 시작은 선이었지만 악이 된 인물과 자신이 악인지 모르는 악이 싸우는 이야기를 기본 토대로 한다. 복수 그 이후의 삶과 상처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로 조재현, 김재원, 박상민, 신은경, 기태영, 김혜리, 김규리, 한그루 등이 출연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로망스’를 집필한 배유미 작가와 ‘에덴의 동쪽’, ‘아일랜드’를 연출한 김진만 PD가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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