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여신’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생활모습을 보면 드라마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꽤 리얼해 어느 순간 극에 몰입돼 보고 있다. 많은 부부들이 겪고 있는 불륜과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과의 하룻밤 사랑.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모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결혼의 여신’(극본 조정선, 연출 오진석)에서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와 결혼을 앞둔 남녀, 그리고 운명적으로 한 여자를 만난 남자의 얘기가 그려졌다.
지혜(남상미 분)은 약혼자 태욱(김지훈 분)과의 다툼으로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다.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현우(이상우 분)을 만났고 두 사람은 지혜가 비행기에 놓고 내린 책으로 다시 한 번 우연히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제주도에서 3일 동안 함께 여행을 했고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생겼다.

결국 지혜와 현우는 갑작스러운 폭우 때문에 함께 한 방에서 자게 됐다. 그러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함께 밤을 보냈다. 지혜는 이러한 사실에 괴로워했고 서울로 올라갔다. 낯선 곳에서 만난 두 남녀가 하룻밤 풋사랑을 나누기까지의 과정이 짧지만 한 번에 푹 빠질 수 있는 모습을 지혜와 현우를 통해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유부녀들의 모습도 그려졌다. 지혜의 제주도 거주 친구인 김연수(김설희 분)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남편 정대현(박완규 분)을 향해 “가끔 살인을 하고 싶다”며 투닥거리지만 친구 같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홍혜정(이태란 분)과 권은희(장영남 분)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다. 혜정은 잘 나가는 아나운서지만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매일 밤 여자들을 침대로 끌어들이는 강태진(김정태 분)의 행동에 어떠한 불만도 표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잠들어 있는 남편에게 새 속옷과 옷을 가져다 줬다. 태진의 파렴치한 행동은 혜정의 시어머니가 인정하고 있어 혜정은 이를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권은희는 잘난 남편 노승수(장현성 분)의 바람을 알아채지 못하고 성실히 뒷바라지를 하는 여자였다. 노승수가 자신은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다른 여자와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그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고 남편이 자신을 구박하면 아무 말도 못하고 잔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결혼의 여신’을 보고만 있으면 ‘과연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게 했다. 결혼생활과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여자들의 삶을 강렬하게 그려내 씁쓸함을 자아내는 것과 동시에 은근히 공감을 형성한 것.
신념과 가치, 인생관이 다른 네 명의 여자들이 겪게 되는 사랑과 갈등을 통해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담아내려고 하는 ‘결혼의 여신’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동감을 얻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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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결혼의 여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