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이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뛸 때 4가지 구종을 구사했다. 포심 패스트볼 외에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서클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가 그것이다. 미국에 와서도 류현진이 구사하는 구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볼 배합을 조금은 바꿨는데 한국에서 결정구로 서클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중을 높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에서는 경기마다 투수의 구종과 구속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류현진의 선발등판 경기를 유심히 보다 보면 투심 패스트볼로 기록되는 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15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이 부문 리그 1위를 기록 중인 류현진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병살을 잡아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투심 패스트볼은 일반적인 직구인 포심 패스트볼과 조금은 다른 궤적을 보인다. 투심 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과 비교했을 때 공의 속도는 3~5km 정도 느리지만, 상하 그리고 좌우로 움직인다. 좌투수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면 좌타자 몸쪽으로 휘는 것이 일반적인데 투수에 따라서는 투심 패스트볼을 좌우보다는 상하 움직임을 더해 던지기도 한다.
최근 한미일 프로야구에서는 투심 패스트볼과 같은 '변형 패스트볼'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형 패스트볼은 땅볼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전력분석원은 "국내에 와 있는 외국인 투수 가운데 리즈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변형 패스트볼을 던진다. 그냥 똑바로 나가는 직구를 던지는 선수를 보기 어렵다"고 증언한다. 구속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공에 변화를 주는 것이 최근 프로야구의 유행인 것.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은 올 시즌 류현진의 구종을 상세하게 분석해놓았다. 이 사이트의 자료를 보면 류현진은 올해 포심 패스트볼을 31.4%, 투심 패스트볼을 22.1%, 슬라이더를 14.3%, 커브를 10.9%, 그리고 체인지업을 21% 던졌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냥 직구만 던진다"고 밝혔다. 당시 류현진은 만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 전부터 "새로운 공을 연마하는 것보다 내가 갖고 있는 공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LG 트윈스 차명석 투수코치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한국 공인구보다 미끄러워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던져도 좀 더 회전이 먹거나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차 코치는 "92마일짜리 공을 던지다가 80마일 후반대의 공을 던지면 아무래도 공이 좀 더 가라앉아서 투심 패스트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기록과 류현진의 증언이 엇갈리는 이유는 구종을 기록하는 기준의 차이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의 구종을 기록할 때는 공의 궤적과 구속을 보고 결정하는데 류현진은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던지지 않기 때문이다. 곧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만 가지고도 충분한 공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도 된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