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번복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난 2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KIA전에서는 심판들의 판정 번복으로 한바탕 태풍이 몰아쳤다. KIA 선동렬 감독은 판정 번복에 강하게 어필하며 16분간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키며 분노를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승부처에서 나온 판정 번복으로 맥이 빠진 KIA는 결국 경기까지 패했다.
상황은 다음과 같다. 2-2 팽팽히 맞선 7회초 KIA 공격. 2사 1루에서 김주찬이 윤성환으로부터 중견수 방면으로 라이너로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날렸다. 삼성 중견수 배영섭이 정면으로 달려들어 글러브 밑으로 공을 건져냈고, 캐치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글러브를 치켜세웠다. 아웃을 생각한 그는 유유히 덕아웃으로 향했다.

그러나 심판의 콜이 없었고, 뒤늦게 1루심 박종철 심판원이 원바운드로 두 팔을 벌리며 안타를 콜했다. 그 사이 KIA 1루 주자 신종길이 2루에서 3루를 지나 홈으로 쇄도했다. 배영섭은 뒤늦게 홈으로 송구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KIA의 리드 점수가 난 듯했다.
그러자 삼성 벤치에서 류중일 감독이 득달같이 뛰쳐나와 심판들에게 판정에 대해 어필했고, 4심이 합의 끝에 원바운드가 아닌 노바운드로 안타 대신 아웃으로 판정 번복했다. 이에 KIA에서도 선동렬 감독이 달려나와 거세게 항의했고, 선수단을 철수시키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규칙상으로 판정 번복은 가능했다. 2013 공식 야구규칙 9.02조 (a)항에는 '타구가 페어이냐 파울이냐, 투구가 스트라이크이냐 볼이냐, 또는 주자가 아웃이냐 세이프이냐 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교체선수는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28일 경기에서 문제시 된 정형식의 2루 도루는 주자의 아웃·세이프 판정이기에 어필을 해도 번복될 수 없다. KIA 선동렬 감독이 굳이 항의를 하지 않은 이유. 이는 곧 나머지 플레이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판정 번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경기에서 김주찬의 타구는 캐치·노캐치와 관련된 어필로 심판의 고유권한 범주에 들어가는 페어·파울, 스트라이크·볼, 주자의 아웃·세이프가 아니었다. 삼성의 어필을 받아들인 심판들은 4심 합의를 통해 의견을 취합했다. 9.02조 (c)항은 '재정에 대한 어필이 있을 경우 심판원은 최종의 재정을 내리기 전에 다른 심판원의 의견을 구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안타콜을 한 박종철 심판원은 동료 심판원들에게 의견을 구한 뒤 노바운드라는 의견을 듣고 자신이 잘못봤음을 인정하고 판정을 번복했다.
TV 중계 리플레이상으로도 김주찬의 타구는 배영섭에 의해 노바운드 캐치됐다. 심판들의 판정 번복은 정당했다. 야구규칙 9조의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에는 '최고의 필요 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동료와 상의하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고 적혀있다. 이날 판정 번복은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건 전날(28일) 경기 9회말 결정적인 순간에 석연찮은 판정이 KIA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를 패하며 피해의식이 생긴 KIA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판정 번복은 정당했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심판들의 보다 집중력 있고, 깔끔한 경기 운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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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