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 농담삼아 하는 'FA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FA를 앞둔 선수라면 동기부여가 대단해 마치 약물이라도 복용한 듯 성적이 좋아지는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예외도 늘 있는 법. 올해 KIA는 예비 FA 선수들의 예기치 못한 시련에 발목 잡히고 있다.
KIA는 올 시즌 후 시장을 뒤흔들 투타의 대형 예비 FA를 보유하고 있다. 투수 윤석민(27)과 외야수 이용규(28)가 대표적이고, 지난달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데려온 우완 송은범(29)도 예비 FA 신분이다. 정상적이라면 세 선수 모두 펄펄 날아야 할 때이지만 어찌된건지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였던 윤석민은 프로 데뷔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개막 한 달을 결장한 윤석민은 올해 9경기 1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부진하다. 선발 7경기에서 1승도 못 건질 정도로 위력이 반감됐다.

WBC에서 리드오프로 활약한 이용규도 올해 62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에 그치고 있다. 규정타석 52위 중 33위에 머물러있다. 출루율도 3할5푼2리로 35위에 그치고 있다.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8시즌 중 타율은 주전 첫 해였던 2005년(0.266) 다음으로 낮고, 출루율도 2007년(0.344) 다음으로 낮은 기록이다.
트레이드 야심작으로 데려온 송은범도 기대에 못 미치는 건 마찬가지다. 올해 24경기 1승4패3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7.40은 송은범이라는 이름에 너무 안 어울린다. 평균자책점은 프로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2점대(2.13)도 처음이다. 특히 KIA 이적 후 평균자책점은 8.44나 된다.
문제는 이들이 KIA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줘야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에이스 윤석민과 공격 선봉장 이용규는 수년간 KIA를 이끌어온 투타의 버팀목이었고, 송은범은 KIA의 고질적 약점인 불펜 강화를 위해 데려온 승부수였다. 그러나 약속이라도 한 듯한 이들의 동반부진으로 KIA의 전력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몸 상태다. 선동렬 감독은 "윤석민은 아직 어깨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공을 던질 때 안 좋아질듯한 느낌이 있는 모양이다. 구위 자체가 안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150km 강속구를 아직 못 던지고 있다. 송은범에 대해서도 "구위는 어느 정도 좋아졌는데 컨트롤이 안 된다"고 했다.
송은범 역시 SK 때부터 팔꿈치 및 손톱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했고 좀처럼 정상 구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용규도 6월 타율 3할3푼8리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도루하던 중 왼쪽 무릎을 다쳐 당분간 출전이 어렵다.
선동렬 감독은 "선수 본인들도 FA 시즌이라 절실한 마음일텐데 뜻대로 안 돼 답답할 것"이라며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타의 중심이 되어야 할 예비 FA들이 살아나야 KIA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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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