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신인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우완투수 셸비 밀러(23)다. 밀러는 2009년 세인트루이스 지명을 받고 입단, 마이너리그에서 4년 동안 기량을 갈고닦은 뒤 올 시즌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때 밀러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를 달리기도 했다. 한국에서 온 류현진(26,LA 다저스)이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밀러가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 내 언론에서는 신인왕 후보 1순위로 밀러를 꼽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밀러가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 밀러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1⅔이닝동안 5실점을 하면서 강판됐다. 그러면서 밀러의 평균자책점은 2.79까지 뛰어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신인투수에게 고비가 찾아오는 기준은 15경기라고 한다. 생소함을 무기로 좋은 활약을 펼치던 투수들도 15경기 정도를 치르면 어느 정도 분석을 당하고, 여기에 체력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 고비를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밀러도 올 시즌 16번째 선발 등판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이제 류현진 차례다. 류현진은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 올 시즌 16번째 선발 등판을 한다.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6승 3패 평균자책점 2.85,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메이저리그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날 경기가 류현진의 신인왕 수상에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인 '폭스 스포츠'는 최근 내셔널리그 신인들을 언급하며 밀러를 1위, 야시엘 푸이그를 2위, 류현진을 3위에 놓았다. 밀러가 16번째 등판에서 무너진 가운데 류현진이 호투를 펼치면 더욱 돋보일 수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인 클리프 리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필라델피아 타선은 최근 3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안타를 쳤고, 전날 경기는 21안타 16득점으로 시즌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강력한 상대 선발, 게다가 물오른 타격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타선과 상대를 해야 한다.
이런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다면 미국 야구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8승 6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 중인 밀러가 아직은 류현진에 비해 앞서고 있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전세를 역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현재까지 98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류현진은 이날 경기를 통해 100이닝을 돌파하게 된다. 목표로 세웠던 시즌 200이닝에 절반을 채우는 것이다. 이날 경기가 류현진에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