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에 따라 나오는 투수들이 자기 몫을 해내기 시작했다. 타자들의 힘이 있는 만큼 선발이 어느 정도 버티고 계투 요원들도 힘을 보태면서 박빙 경기들을 모두 승리했다. 6연승을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두산은 지난 29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NC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노경은과 7회 민병헌의 만루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33승2무30패(29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6연승은 김진욱 감독 취임 이후 처음이다.
과정을 보면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지난 21~23일 잠실 한화 3연전서 싹쓸이에 성공했으나 22일 경기서는 마무리 홍상삼이 승계주자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다행히 오재일의 끝내기타로 연장 10회 8-7 승리를 거뒀다. 이는 26일 광주 KIA전도 마찬가지였다. 초보 마무리 홍상삼에게 시련이 이어졌고 결국 12회 연장 4-4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는 우완 김상현이 11회말 위기를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28~29일 NC전서는 지고 있다가 역전에 성공하며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28일 선발로 나선 개릿 올슨은 비록 6실점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6이닝을 채우며 후속 투수들의 조기 투입을 막았고 타선 지원도 제때 나왔다. 23일 한화전서 7이닝 6피안타 2실점 승리를 거둔 후 29일 선발 출격한 노경은은 상대 선발 손민한의 6이닝 무실점투에 뒤지지 않고 6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NC 타선을 막았고 결국 이는 역전승의 발판이 되었다.
승계주자 실점으로 인해 말 못할 고생을 했던 마무리 홍상삼은 이틀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오현택-정재훈으로 새로 구축된 셋업맨 편대도 3년 전 고창성(NC)-정재훈 편대의 위력을 재현 중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시즌 초반 스윙맨으로 나왔으나 슬럼프를 겪었던 김상현이 승리조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김상현은 29일 NC전서 선발 노경은의 뒤를 이어 1이닝을 잘 막아내며 바통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팀 타율 1위(2할8푼4리), 득점 1위(346점)로 타자들의 힘이 좋은 만큼 투수진이 잘 버텨준다면 두산은 승산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는 팀이다. 5월부터 추락한 이유도 올슨의 허벅지 부상에 이은 하석상대식 운용 속에서 투수진이 버티지 못했기 때문. 반면 지금은 새로운 좌완 선발 유희관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로테이션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투수진의 퍼즐이 맞춰졌다.
물론 아직 방심하면 안 된다. 30일 NC전 선발로 두산은 3년차 스리쿼터 이정호를 출격시킨다. 이정호는 예비 선발로 가능성은 보여줬으나 1군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이닝 소화는 5⅓이닝 밖에 되지 않았다. 상대 선발인 아담 윌크가 붙박이 선발투수였음을 감안하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경기를 만드는 선발 면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타선은 기복이 있는 만큼 언제나 쳐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연승은 언제 끝날 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 속에서 선발 투수들이 어느 정도 이닝을 책임지고 있고 오현택-정재훈-홍상삼 계투 편대에 김상현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김진욱 체제 첫 6연승 속 두산은 투수진 선순환 운용 해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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