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회춘’, 손민한 잘 나가는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30 10: 35

“한 경기서 공을 100개 이상 던졌는데 몇 번째 공을 어떻게 왜 던졌는지 다 복기해내더라.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제구력을 지닌 데다 타자의 수를 이용하고 이겼을 때도 졌을 때도 자신이 어떻게 어떤 공을 던졌는지 모두 기억해내는 비상한 두뇌를 지녔다. 게다가 지금은 아프지 않다. ‘돌아온 민한신’ 손민한(38, NC 다이노스)은 2년 이상의 실전 공백이 무색한 활약을 펼치며 로테이션 한 자리를 굳혔다.
손민한은 29일 마산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0으로 앞선 7회초 이태양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물러났다. 이날 손민한의 총 투구수는 91개로 NC 입단 이래 가장 많은 한 경기 투구수다.

비록 뒤를 이은 이태양이 김재호에게 동점타를 맞으며 손민한의 승리 요건은 날아갔다. 팀도 1-2로 뼈아픈 역전패를 맛보며 ‘손민한이 나가면 이긴다’라는 법칙도 아쉽게 깨지고 말았다. 현재 손민한의 시즌 성적은 4경기 3승무패 평균자책점 0.77. 피안타율 2할5푼6리에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16으로 준수한 편이지만 이 세부 성적으로 0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자체는 분명 놀랍다.
롯데의 암흑기 시절 투수진을 지탱했던 에이스 손민한은 단순히 기록이 좋다고 칭찬을 받았던 투수가 아니다. 한 가지 구종을 갖고도 코스와 힘 조절을 통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투구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29일 경기서도 손민한은 최고 구속 146km에 최저 구속 100km를 기록했다. 그런데 두 개의 구종 모두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롯데 시절 후반부인 2009시즌에도 손민한은 고질화된 어깨 부상 속에서 140km대 직구가 거의 없었으나 110km대 초반의 포심도 던지며 타자를 농락했다.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좋은 데다 힘으로 밀어던지기보다 공의 회전력 차이를 주고 같은 구종으로도 다양한 구속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손민한이기 때문이다. 손민한은 최근 타 팀 후배가 ‘공을 어떻게 던져야 효과적입니까’라는 질문에 ‘회전력의 차이다’라는 답을 놓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대단한 장점은 손민한의 엄청난 복기 능력. 대체로 투수들은 지난 경기를 돌아보며 아쉬웠던 부분과 가장 좋았던 부분 정도를 꼽는다. 그러나 손민한은 자신이 몇 회 몇 번째 공을 어떻게 어떤 의도로 던졌는지 대부분 모두 기억하고 이야기해낸다. 한 야구 관계자는 “정말 그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수싸움에 있어 대단히 영리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손민한은 지난 몇 년 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만큼 야구에 간절하게 매달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스스로 절박함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나 스스로도 근성을 갖고 야구에 매달리게 된 것 같다”라며 야구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는 손민한이다. 영리함과 안정감을 갖춘 야구 천재가 절박함을 갖고 야구에 매달리고 있다. 손민한의 회춘투가 1군 무대에서 제대로 통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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