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치가 람보르기니를..환생이 코미디입니까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6.30 11: 06

최근 안방극장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온 것은 MBC 종영 드라마 ‘구가의 서’의 결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구가의 서’는 명품 퓨전 사극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드라마로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영상과 촘촘한 대본으로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매회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승기와 수지라는 젊은 배우들의 열연에 이성재, 유동근, 조성하 등 탄탄한 중견 배우들의 조화와 최진혁의 재발견이라는 재미까지 선사한 ‘구가의 서’는 마지막 회 10분 동안 환생이라는 코드를 사용하며 시청자의 눈을 의심케 하는 결말로 각종 게시판을 들끓게 했다.
‘구가의 서’는 전대 구월령(최진혁 분)과 연화(이연희/윤세아 분)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후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 분)와 담여울(수지 분)의 경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그려나갔지만 소정법사(김희원 분)의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예언에 걸맞듯 여울이 결국 죽음을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강치는 그의 죽음을 지키며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시청자의 눈물샘이 마르기도 전에 전환된 화면에서는 2013년 서울에서 값비싼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를 타는 강치가 등장했다.

특히 이 장면에서 이순신(유동근 분) 등 각종 인물들은 저마다의 인물로 환생하며 시청자의 실소를 빵빵 터트리는 코믹 설정으로 24부까지 끌어왔던 시청자의 감정선을 무시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구가의 서’는 강치가 긴 시간 기다렸던 여울을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동화식 결말로 마무리 됐지만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대반전으로 ‘명품 퓨전 사극’이라는 수식어에 흠집을 남겼다는 평이다.
이에 앞서 ‘아랑사또전’에서도 환생 코드가 등장하며 시청자의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이승과 저승의 세계를 보여주며 색다른 시도로 눈길을 끌었던 ‘아랑사또전’은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들이 모두 죽어 저승으로 가게 됐지만 그들을 가엽게 여긴 절대자 옥황상제(유승호 분)와 염라대왕(박준규 분)에 의해 모두 다시 환생하며 억지 해피엔딩을 만들었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저승사자 무영(한정수 분)이 염소로 환생하고 자신의 악행을 깨닫고 자결했던 주왈(연우진 분)이 추귀로 천상에서 다시 살아가게 된 모습은 시청자의 두 눈을 의심케 하며 과연 이것을 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을지에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또 은오(이준기 분)는 아랑(신민아 분)을 대신해 지옥행을 선택했지만 그를 가엽게 여긴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자비로 인해 환생,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아랑과 재회해 이루지 못했던 이들의 사랑이 다시 한 번 시작될 것임을 알리며 황급히 마무리되는 뒷모습을 보였다.
판타지 장르기 때문에 가능하다지만 극의 흐름과 동떨어지며 해피엔딩을 위해 끼워 넣은 느낌이 너무 강렬해 코믹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환생 설정은 행복한 결말을 원하는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너무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시청자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을 위해 작품성에 의문을 남긴다는 것은 작품을 애청했던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부족한 처사로 비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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