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심 패스트볼과 커브. 두 개는 범타-땅볼 유도를 위한 직구 변종 구종이 아니라 정통 구종들이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체이스 어틀리(35,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내준 연타석포 당시 이 공들을 구사했다.
류현진은 3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7이닝 7피안타(2피홈런, 탈삼진 6개, 볼넷 3개) 2실점으로 호투하며 3-2로 앞선 한 점 차 박빙 속 강판했다. 상대 에이스인 클리프 리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위력을 보여줬다는 자체는 분명 대단했다.
옥의 티는 어틀리에게 1회와 3회 내준 연타석 홈런. 어틀리는 1회초 류현진의 3구 째 커브를 받아쳐 우월 선제 솔로포로 연결했고 3회에도 2구 째 포심 패스트볼을 우월 1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모두 직구(패스트볼) 계열에서 파생된 커터나 스플리터 등의 범타 유도형 구종이 아니라 정통 구종들이다. 짧고 빠르게 꺾이는 직구 변종 구종은 류현진이 구사하지 않는다. 류현진의 올 시즌 8피홈런은 모두 포심과 커브, 체인지업 등 정통 구종이다. 슬라이더만 공략당하지 않았다.

혹자는 MLB.COM의 문자 중계 등을 들어 류현진이 투심을 구사한다고 하지만 정작 선수 본인은 “나는 투심을 던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차명석 LG 투수코치는 그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미끄러운 공인구로 인해 회전력이 더 잘 먹히며 투심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 야구 관계자는 “좌완의 직구는 체감 효과가 우완보다 2~3km 빨라 보일뿐더러 동선과 릴리스포인트에서 놓는 시점에 따라 때로는 포심을 잡고도 싱커-투심의 궤적이 나올 수 있다”라고 답했다. 어쨌든 류현진은 변종 구종보다 정통 구종들을 구사하는 투수다. 실투가 나오지 않는 이상 패스트볼 변종 구종을 던지는 투수들은 자주 홈런을 내주지는 않는다.
섣불리 생각하면 어틀리에게 내준 연타석 피홈런에 빗대 ‘왜 류현진은 땅볼 유도형 구종을 던지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투수가 구종을 습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데다 투구 밸런스와 체격 조건 등 여러 개인차 변수가 있어 쉽게 말하기 힘든 문제다. 2010시즌 후 커터를 습득했던 양현종(KIA)은 제 구위와 제구를 잃어 원래 감각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한화 이글스서 뛰던 시절 류현진의 이미지는 ‘닥터 K'였다. 통산 1269이닝 동안 123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탈삼진 타이틀을 통산 7시즌 중 5번이나 차지했다. 포심과 서클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어 던지며 타자의 수를 흐트러뜨렸기 때문이다. 제구력과 구사력도 뛰어났고 류현진이 워낙 영리했다.
그와 동시에 류현진은 ‘싱커볼러’이기도 했다. 한 예로 2010시즌 류현진은 김선우(두산)와 더불어 땅볼/뜬공 비율이 1.7 이상까지 나왔다. 직구 변종 구종이 없음에도 많은 땅볼을 양산했다는 것은 타자의 히팅 타이밍을 빗나간 수싸움 능력이 뛰어났음을 의미한다. 땅볼 유도에 유리한 직구 변종 구종이 없음에도 류현진은 한국 무대에서 ‘닥터 K'이자 탁월한 ’싱커볼러‘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탁월한 병살 유도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는 류현진의 수싸움 능력이 굉장히 좋았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성흔(두산)은 류현진의 수싸움 능력과 관련해 “가끔 류현진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타자들을 보면 류현진을 처음 상대하는 신예급 타자들이 운 좋게 때려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류현진은 데이터가 쌓여갈 수록 더욱 발전하는 수싸움을 보여주며 히팅 타이밍을 엇나가는 공을 던진다. 영리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타짜’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어쨌든 결론은 어틀리가 류현진으로 뽑아낸 연타석포가 마침 그 수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나온 것일 뿐이라는 점. 류현진은 처음 맞대결한 어틀리를 상대로 4타수 2안타 2홈런 2타점으로 고전했다. 변종 구종 없이도 수싸움으로 메이저리그까지 연일 쾌투 중인 류현진이 어틀리와의 재대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