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따뜻한 사제지간의 정이 흘렀다.
을산 현대가 FC 서울을 맞아 3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를 치렀다. 선두를 노리는 울산과 상위권으로 도약해야 하는 서울의 피할 수 없는 한 판이었다. 김신욱, 김치우 등 국가대표선수들이 K리그에 복귀해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중요한 변수였다.
그런데 경기를 앞둔 김호곤(62) 감독과 최용수(40) 감독은 나란히 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김 감독은 연세대시절 제자 최용수를 한국최고 공격수로 길러낸 장본인이다. 둘은 승부를 앞둔 적장보다는 축구계 선후배로 따뜻한 조언을 주고받았다.

이날 서울의 주포 데얀은 29일 종아리근육이 뭉쳐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선수명단을 본 김호곤 감독은 “어? 데얀이 없어?”라며 깜짝 놀랐다. 이에 최 감독은 “데얀도 쉬어야죠. 감독님 편하게 경기하시라고 빼드렸습니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서울은 울산과의 최근 5경기에서 2승 3무로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다. 라커룸에서 서울 선수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승리를 다짐했다. 이 소리를 들은 김호곤 감독은 “우리 기죽이는 거 봐!”라며 눈치를 줬다. 이에 최용수 감독은 “오늘 공격 안하겠습니다. 수비축구만 하겠습니다”며 껄껄 웃었다.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용수 감독의 지도자경력은 아직 시작단계다. K리그 최연장자 김호곤 감독에게 이것저것 배워야 할 점이 많다. 김 감독은 휴식기 대표팀 차출로 팀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휴식기에도 실전처럼 연습을 돌려야 해. 그래야 공백이 없어”라고 지론을 펼쳤다. 이에 최 감독은 “오늘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라며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경기 시작 후 양 감독은 서로 적으로 돌아섰다. 경기시작 48초 만에 김신욱의 선제골이 터지자 김호곤 감독은 환호했고, 최용수 감독은 항의했다. 결국 승부는 울산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승부의 세계는 역시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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