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이민호, 압박 이긴 천금 세이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30 20: 46

“마무리는 그래도 국내 투수가 막아줘야지. 외국인 투수를 뒤에 놨다가 재계약을 못하면 또 다음 시즌 구상은 다시 짜야하니까”.
한 달 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걱정하던 감독은 한 달 후 그에게 다시 마무리 보직을 맡겼다. 스스로 이겨내고 더 큰, 팀은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다. NC 다이노스의 젊은 마무리 이민호(20)는 무사 만루의 위기를 스스로 넘어섰다.
이민호는 30일 마산 두산전서 8-4로 앞선 8회초 무사 만루에서 선배 고창성의 뒤를 이어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최근 마무리로 재선택된 이민호가 처리해야 했던 아웃카운트는 무려 여섯 개.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이미 이민호를 마무리로 다시 선택하며 “편한 세이브 상황에만 출격시키지 않고 무리시키지 않는 한 선수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출격시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기회가 빨리 왔다.

사실 김 감독은 지난 5월 김진성에 이어 이민호를 마무리로 맡겼던 바 있다. 그러나 좋은 구위에도 불구, 부담을 느끼며 잦은 사사구와 폭투로 인해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했던 이민호다. 김 감독도 당시에는 “민호가 부담이 큰 모양이야”라며 이민호를 셋업맨조로 재편성하고 새 마무리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베테랑 손민한의 가세에 맞춰 선발 에이스로 뛰던 이재학을 마무리로 놓고자 했으나 이재학도 자신이 마무리보다는 선발 DNA임을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고민이 많던 김 감독이 이민호를 다시 마무리로 선택한 이유다. 대신 이번에는 강하게 키우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선수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유망주는 위기 상황에서도 경험을 쌓은 뒤 훗날 그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자기 공을 손쉽게 던질 수 있는 좋은 투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민호에게 세이브 상황 뿐만 아니라 투수 운용을 고려해 1~2점 차 지고 있는 순간에서도 가능할 때 등판을 지시할 것이다. 위기를 이겨내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 달려있다. 경험을 쌓아 민호가 우리 팀의 마무리로 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30일 경기는 세이브 상황이었지만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6개 남은 가운데 4점 차에서 맞은 무사 만루 위기였다. 안타 한 개에 두 점 차까지 쫓기고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줄 수 있던 위기. 그러나 이민호는 씩씩하게 던지며 김재호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민병헌을 3루 땅볼, 김현수를 투수 앞 땅볼로 막아내며 1실점으로 나름 분전했다.
아쉬운 점이 없던 것은 아니다. 8회 1사 만루 오재원 타석에서 먼저 세 개의 볼을 던지며 불리함을 자초한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9회초에는 선두타자 최준석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선두타자를 내보냈고 홍성흔에게 우중간 안타를 내주며 무사 1,3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이원석을 삼진-허경민을 우익수 플라이 처리한 후 양의지마저 삼진으로 일축하며 무실점으로 2이닝을 마쳤다. 자신의 시즌 6세이브 째다.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이다.
그의 6세이브는 선수 개인에게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NC는 새롭게 재점지된 마무리가 부담감을 딛고 스스로 이겨내는 투수가 되었음을 발견했다. 그만큼 이민호의 불안했지만 묵직했던 6세이브째는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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