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사인볼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공인구에 받은 최고 인기스타의 사인볼이라도 5만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거의 사인은 한국에서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야구와 관련된 물품의 거래가 활발한 미국이기에 가치가 훨씬 높다.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는 선수 경품 경매행사가 열렸다. LA 다저스 재단 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는 다저스 소속 선수들의 사인볼과 사인 유니폼 등이 매물로 나왔다. 경매사를 따로 두는 것이 아니라 물건 아래에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금액과 이름, 전화번호를 남기는 식이다.
경매 마감 30분 전에 경매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찾았다. 선수가 공인구에 친필사인을 남긴 건 75달러(약 8만5000원), 유니폼에 사인을 한 건 300달러(약 34만원), 사진에 사인을 한 건 50달러(약 5만7000원)가 경매 시작가였다. 우리나라와 비교를 해봐도 가격의 단위가 다르다.

일단 류현진의 사인볼은 딱 한 명이 구매의사를 드러냈다. 시작가 75달러가 종이에 적혀 있는데 이름을 보면 한국인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매에 나온 많은 물건들이 입찰 개시도 하지 못한 가운데 류현진은 일단 현지 팬에게 선택을 받는데는 성공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다저스 2선발로 자리 잡으면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던 30일에는 다저스타디움에 52000여명의 관중이 찾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의 사인볼이다. 류현진보다 높은 100달러(약 11만원)까지 입찰가가 적혀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프랜차이즈 스타인 맥과이어가 처음 다저스에 왔을 때 팬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현역시절 다저스 투수들을 신나게 두들겼던 타자에다가 금지약물 복용까지 고백했기 때문이다.
맥과이어 코치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 거둬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있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벤치 클리어링이다. 당시 맥과이어 코치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난투극에 가담, 다저스 팬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같이 주먹질을 했으니 이제 한 식구라는 다저스 팬들의 생각이다.

역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모은 사인볼은 야시엘 푸이그의 것.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루키 푸이그는 현재 다저스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푸이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팬들의 환호성은 끊이지 않는다. 푸이그의 사인볼은 경쟁이 붙어 무려 325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친필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의 가격을 뛰어넘은 푸이그의 사인볼이다.
반면 돈 매팅리 감독은 인기가 없다. 그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은 시작가가 300달러, 하지만 개시도 못 했다. 딱 한 명 사려고 이름을 썼다가 곧바로 지운 흔적만 보인다. 시즌 중반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과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