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벤치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SK 불펜이 점차 안정되어 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완성본은 아니다. 한 명이 더 살아나야 한다. 불펜 구상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진해수(27)가 쥐고 있다.
선발과 마무리 박희수를 잇는 가교가 부족했던 SK는 최근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이 완연히 살아나는 추세에 있다. 일단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박정배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든든한 구심점이 생겼다. 윤길현 전유수 이재영 등 오른손 불펜 요원들의 구위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SK 불펜은 오른손 정통파 위주라는 단점이 있다. 구성이 단조로워 투수 교체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도 “왼손투수도 있고, 언더핸드 투수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가 못하다”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실제 2군에서 올라올 선수도 마땅치 않다는 게 SK 벤치의 고민이다. 채병룡은 2군으로 내려간 이후에도 목 뒤쪽이 좋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영욱 임경완 임치영 등 옆구리 유형의 투수들도 구위에서 현재 선수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이만수 감독도 “일단은 (현재의) 이 멤버로 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현재 멤버들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선수가 진해수다. 진해수는 마무리 박희수를 제외하면 SK 불펜의 유일한 좌완 투수다. 박정배 윤길현 전유수 이재영 최영필 등 오른손 투수 위주의 SK 불펜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다. 최고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진다. 불펜투수로서 매력이 크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진해수는 올 시즌 20⅓이닝 동안 17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제구만 잡힌다면 빠른 공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만수 감독도 “제구만 된다면 능히 3이닝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라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투구폼 교정에 들어간다는 게 벤치의 구상이다. 그러나 시즌 중에는 투구폼을 만질 수 없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해수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 일단 제구의 기복과 볼넷이 줄어들면 좀 더 안정된 피칭을 보여줄 수 있다. 진해수가 이 어려운 과제를 얼마나 빨리 풀어가느냐에 따라 SK의 불펜 성적도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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