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이 첫 방송부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숨 막히는 전개와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모든 감각을 긴장시켰다.
‘황금의 제국’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신도시 개발, IMF, 부동산 광풍, 카드 대란 등 전 국민이 황금의 투전판에 뛰어들었던 한국 경제사 격동의 20년을 배경으로 국내 굴지의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을 소재로 한 드라마.
지난 1일 방송된 ‘황금의 제국’ 1회분은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장태주(고수 분)가 살인을 저지르고 윤설희(장신영 분)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자신의 죄를 윤설희에게 뒤집어씌우는 파격적인 장면으로 강렬하게 시작한 것.

장태주는 비리를 함께 공모한 국회의원이자 건설교통부 장관 내정자에게 비행기 티켓을 건네며 떠나라고 했지만 의원이 자신을 속이자 위협했다. 이에 의원이 골프채로 장태주를 내리치려는 순간 장태주는 들고 있던 칼로 찔려 죽이고 겁에 질려있는 윤설희에게 자수하라고 시켰다. 고수는 야망을 품은 장태주에 이미 완전히 녹아들어 전작 영화 ‘반창꼬’에서 보여줬던 순정남 강일의 모습은 생각날 틈이 없게 했다.
윤설희가 의원에게 겁탈을 당하다 방어하기 위해 칼로 찌른 것으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장태주는 윤설희의 옷을 찢고 뺨을 때리고 손에 칼까지 쥐어준 채 경찰에 전화, 수화기를 윤설희에게 건네고 키스를 하며 자수하라고 시켰다. 고수의 몰아치는 연기는 시청자들을 무섭게 휘어잡으며 극에 한 번에 몰입시켰다.
이어 등장한 손현주와 이요원도 마찬가지. 손현주는 ‘추적자’에서 보여줬던 것 이상을 보여줬다. 손현주의 연기 하나 하나는 모든 신경을 자극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최민재(손현주 분)는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박근형 분)이 생존확률이 낮은 수술을 받게 된 가운데 사촌동생 최서윤(이요원 분)이 임원회의를 열어 대립관계인 자신을 그룹에서 몰아내려고 하자 최동성의 담당 의사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해 상태를 물었다.
의사는 최동성이 위독한 사실을 전했고 임원진은 최민재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자고 했다. 이에 최민재는 만족한 듯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손현주가 야망에 가득 찬 미소로 시청자들을 집중시키는 그의 연기의 에너지는 놀라웠다. 위기를 기회로 돌려버리는 영악함을 보이는 순간에 변화하는 손현주의 얼굴표정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손현주가 앞으로 얼마나 악랄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케 만든 장면이었다.
최동성 회장의 둘째딸로 최서윤 역의 이요원 또한 조용하면서 큰 힘이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최민재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며 불안에 떠는 최서윤을 연기한 이요원은 황금의 제국을 지키기 위해 장태주와의 결혼을 선택하는 캐릭터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들 외에도 전직 조폭 출신의 부동산 디벨로퍼로 장태주(고수)와 충돌하는 조필두 역의 류승수, 장태주의 고교선배로 장태주와 부동산 시행사를 경영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윤설희 역의 장신영도 만만치 않은 포스를 뿜어내며 극에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고수와 손현주, 이요원을 비롯해 류승수, 장신영의 미친 연기력과 더불어 믿고 보는 박경수 작가의 탁월한 인물 심리 묘사와 촘촘한 스토리 전개, 조남국 감독의 생동감 넘치는 연출로 70분 내내 시청자들의 들었다 놨다해 ‘추적자’에 이어 또 한 번 명품드라마의 탄생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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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황금의 제국’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