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대장금'을 연상시키는 유사한 설정으로 성공의 불씨를 당겼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불의 여신 정이'는 16세기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예술의 결합체인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 분원을 배경으로 사기장 유정(문근영 분)의 치열했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유정은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여성 최초로 사기장에 오르는 인물로, 그가 험난했던 출생의 순간부터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해 모습에 극의 포커스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그는 광해(이상윤 분), 김태도(김범 분)의 사랑을 받게 된다.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자란 태도는 정이의 곁을 지키는 수호천사 같은 인물. 광해는 어린시절 구덩이에 함께 빠진 것을 계기로 연모의 정을 품게 됐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이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자기 제작에 특출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청각, 후각, 시각, 촉각, 미각을 오로지 자기 제작에 사용하는 재주를 가졌다. "홍시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는데 왜 홍시냐고 물어" 난감해 하던 어린 장금이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사극 '대장금'은 지난 2003년 제작돼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권 국가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조선조 의녀 장금의 성공담을 다룬 사극으로 봉건적 체제 하에서 우여곡절 끝에 조선 최고의 의녀가 된 서장금(이영애 분)의 성공 스토리를 그렸다.
장금은 여성의 몸으로 내의원의 수많은 남자들을 물리치고 조선의 유일한 임금 주치의가 되었던 실존 인물. 드라마에서는 민정호(지진희 분)로부터 뜨거운 사랑과 보호를 받았다.
정이와 장금이 사이에는 지성미를 갖춘 총명한 여인이자 매사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여러 어려움을 강인한 의지로 이겨낼, 소양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백마 탄 왕자 같은 연인까지 존재하니 보는 이들에게는 완벽한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사극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시청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미천한 신분이던 주인공이 타고난 재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여기에 곁들어진 천운으로 성공을 거머쥔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뻔한 공식이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은 이에 열광한다. 성공이라는 대리만족이 선사하는 기쁨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금'의 성공 모티브를 이어받은 '불의 여신 정이'가 과연 시청률 홈런을 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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