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도자기라는 색다른 소재를 가지고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과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분명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불의 여신 정이’는 지난 1일 오후 포문을 열고 안방극장에 첫 선을 보였다. 주인공 유정(진지희/ 문근영 분)이 가진 출생의 비밀부터 운명처럼 다가온 유정과 광해(노영학/ 이상윤 분)의 첫 만남까지 1시간여 남짓한 방송 시간은 알차고 빠른 전개로 꾸며졌다.
조선의 여성 사기장 유정의 인생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국내 드라마 최초로 도자기를 이야기의 큰 축으로 한다. 왕실의 도자기를 담당하는 분원이 등장하고, 유약, 백자를 만드는 재료 등 낯설고 새로운 소재들이 보는 이의 흥미를 돋운다. ‘불의 여신 정이’는 이러한 점을 내세워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불의 여신 정이’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다. 유종과 광해가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한 채 우연히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모습은 MBC '해를 품은 달‘을 떠올리게 하고, 도자기의 장인 유정의 일대기를 어린 시절부터 그린다는 점에서 어의녀 대장금의 인생을 그린 MBC '대장금’과도 유사하다.
또한 앞으로 유정에게 닥쳐올 위기와 성장도 눈에 보이듯 빤했다. 유정은 광해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눌 것이고, 조선 최고의 사기장이 되기까지 숱한 고난이 예고됐다. 이는 지난 3월 종영한 MBC '마의'나 앞서 언급된 '대장금'에서 볼 수 있듯이 유형화된 전개다. 그러나 알고도 먹는 조미료 가득한 음식처럼 이 드라마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첫 방송 이후 네티즌은 이에 대해 "내용은 빤해도 재미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1회에서는 어린 유정과 광해의 풋풋한 첫사랑이 빠른 전개로 그려져 좋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초 방송된 ‘해를 품은 달’이 초반 아역들의 러브라인으로 시청률을 잡은 것과 비슷한 노선이다. 진지희와 노영학의 어리지만 가슴 설렌 첫사랑은 나이를 불문하고 TV 앞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단 1회 만에 빠르게 진행된 스토리도 '불의 여신 정이'의 흥미를 더했다. 유정이 지닌 출생의 비밀과 함께 선과 악이 분명하게 나뉘었고, 방송 말미 유정은 광해에게 그에 대한 설렘을 드러냄과 동시에 신분까지 알아차렸다. 일반적으로 몇 회에 걸쳐 보여질 이러한 장면들이 첫 회 안에 모두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한편 총 32부작으로 기획된 '불의 여신 정이'는 아직 풀어내야 할 내용들이 많다. 익숙한 이야기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진 이 드라마가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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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정이' 캡처.